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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Marie Currie

마담 마리 퀴리

by 앎의나무 2006. 9. 26.

예전에 이렌[큰 딸, 저자의 언니]이 버릇없이 군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한번 혼내 줘야겠다고 생각한 그녀는 장장 이틀 동안 아이의 말을 한마디도 안 받아 주는 벌을 내렸다. 그녀나 이렌에게나 고통스러운 시간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 마리는 장작 벌을 받는 당사자보다 더 괴로워해서 나중에는 누가 벌을 받는 사람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아이들이 원래 다 그렇듯이 우리 역시 다분히 이기적이고 다른 사람의 감정 같은 건 염두에 두지 않았다. 그래도 잉크 자국이 드문드문 남은 편지 첫머리에 '사랑하는 엄마'라든지 '보고 싶은 엄마', 또는 '그리운 엄마'라고 불렀던 그 여인의 따듯한 마음과 절제된 애정, 그리고 숨겨진 아름다움은 아무리 우리라도 모를 수가 없었다. 제과점 리본으로 엉성하게 동여맨 그 편지 뭉치를 어머니는 죽는 날까지 버리지 않고 고이 모아 두었다.

누가 자신을 경외하는 것도, 알아주는 것도 원하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행여 겁이라도 집어먹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엄마는 항상 말소리도 크게 내지 않았다. 그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엄마가 다른 집 엄마들처럼 그저 평범한 엄마나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교수가 아니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뛰어난 존재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 에브 퀴리 저 <마담 퀴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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