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감독님께.
감독님께라고 하니 너무 어색합니다. 선배도 저도 안암의 언덕에서 20대를 보냈으니,선배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아니 형이 더 낫겠습니다.
많은 국민들이 순간에 영웅을 잃고 분노하고 있지만, 지금은 섯불리 나설 자리가 아닌 듯합니다.
무엇이 밝혀야 할 자유의 횃불이고 무엇 달려야할 정의의 길이며 무엇이 솟구치고 있는진리의 샘인지 너무나 알기 힘든 상황입니다.
누구나 자신의영웅이 스러져 가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영웅에게 자신을 투영시키고 자신도 그리 되길 바라고 있기 때문이지요.
형, 하지만, 형도 잘 알다시피, 세계는, 사람은,진실은공상만화나 잘짜여진 해피엔딩의 소설처럼, 우리의 바람이나 상상대로 구성돼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언제나 사실을 확인한다는 것은 잔인하기 그지 없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각자의 안경을 끼고 있기 때문에 안경을 벗고 보게 되는 세상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는게죠.
형, 어릴적 그렇게 듬직해 보여 세상의 모든 악으로부터 나를 보호해 줄 것으로 믿어졌던 아버지의 어깨가 사실은 겨우겨우 죽을 힘을 다해 가족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우리는 얼마나 많은 혼란을 겪고 또한 나약한 자신을 발견하며 얼마나 큰두려움에 휩싸이게 됩니까.
그런 경험으로부터 온전하게 나를 바라보고 세상을 바라보며 내 위치와 가야할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되는 거고 그렇게 어른이 되는 거라고 참 많이도 벗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비로소 나를 바로 알게 되고 부모님과 가족을 진정 모든 면에서 알고 사랑하게 된다는 것을 형도 알고 있을 겁니다.
아직 이렇다 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고통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저는 이말밖에는 못해드리겠습니다. 그럼 항상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하길 바라며 후배의 글은 마치겠습니다.
추신. 용가리 참 재미있게 봤습니다. 다만 주인공들이 다 외국인이어서 조금은 아쉬었습니다.
추신2. 상업성 글들이 덧글로 달려 덧글을 못달리도록 하였습니다. 안부게시판을 활용하여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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