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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황우석-pd수첩 관련..지인의 홈페이지에서.

by 앎의나무 2005. 11. 28.

황우석 교수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논란이 되면서, 이사안에 대한 국민들의 진실한 의견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자신의 몸을 희생하면서 까지 황교수의 연구를 돋겠다고 나서는 여성분들도 많다는 것을 알았다. 대한민국의 척박한 과학현실속에서 황교수의 업적은 정말 가슴 뭉클하다. 그리고, 연구를 돕겠다는 국민들의 성원은 눈물겹기까지 하다. 하지만, 의외로 황교수 연구에 아무런 성찰없이 맹목적으로 찬성하시는 분들이 많은걸 깨닫고 안타까운 심정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황교수의 연구성과는 과히 업적이라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인 과학자로서 황교수 만한 업적을 쌓은 사람이 있는가? 이에 대해 한국의 밝을 미래를 꿈꾸며 고무된 국민들 그리고 아낌없이 연구를 지원해 주는 정부. 다 이해할 만 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것도 한번 생각해 봐야 되지 않을까 한다.
과연, 황교수 연구만이 유일한 등불이고 국익을 가져다주는 연구인가? 적어도 줄기세포 연구에 관한한 말이다.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분명히 다른 곳에서는 다른 형태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황교수의 방법이 유일한 방법이 아니란 얘기다. 그런데 왜 전국민이(적어도 이런곳에 글을 올리시는 분들이) 황교수 연구만이 유일한 방법인것 처럼 생각하고 거기에 올인 해야만 국익을 창출 할 수 있다는 식의 논리를 갖게 되었는지... 의아하다. 아마도, 거기에는 정부, 언론, 국민모두가 깊은 성찰을 하지 않은 탓이 크다고 본다.

우선 정부의 행각을 보자.
황교수의 연구가 세계의 이목을 끌자 정부는 황교수 연구에 아낌없는 지원을 하겠다고 나선다. 일부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 다른 가능성있는 연구를 하는 사람들 기를 죽인다. 연구원이 연구활동 하는데 정부가 왜 앞에 나서는가? 연구성과가 좋으면 연구비 좀 더 주면 되는거지. 그리고, 정부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균형있는 발전을 모색하는곳이지, 어디 한군데 올인해서 ‘모’아니면 ‘도’식의 벤쳐 투자기관이 아니다.

황교수의 연구가 성공해서 모든 불치병을 고칠 확률이 얼마나 되는가? 다른 방식의 연구가 더 발전하여 효과도 좋고 윤리적 문제도 제기되지 않는다면, 황교수 연구에 올인한 한국정부는 어떻게 되는 것이며, 거기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냈던 국민의 믿음은 어찌되는가? 이런 물음에 답을 마련해 놓지 않고서는, 지금까지의 정부의 행보는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먼 장래를 바라본 정책이라 말할 수 없다.

따라서, 정부는 몰아주기식 지원을 삼가고 여러 가능성있는 분야를 골고루 지원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황교수가 기술적 문제로든 윤리적 문제로든 실패하더라도 다른 가능성에서도 선점을 놓치지 않게 말이다. 지금까지 정부의 몰아주기 및 특정부분에만 나눠주기식의 연구비 지원 정책이 얼마나 많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해 왔는지 잘 알고 계실 것이다.

그리고, 이런 국제적으로 선두 다툼을 하는 연구일수록 뒤로 호박씨 까야 되는거다. 정부는 그저 잘 모르는 척. 연구 잘 된다니까 연구비 좀 더 주는척. 그래야 지금과 같은 세계여론으로 부터의 견제를 조금이라고 방지할수 있는 거다.

다음으로 한국의 언론계는 입이 너무 가볍다. 그리고, 공부 지지리도 안한다. 자신이 하는 말에 여론이 어떻게 형성 될지, 그래서 국가에 어떤 형태로 도움이 되는지 미리 잘 계산해야 될 것이다. 물론, 국내 정치적 사안을 다룰때 그러라는 건 아니다. 국내정치는 투명해야 하고, 대외 정치는 흐릿해야 하며, 과학기술은 은밀해야 한다.

한창, 세계 초미의 관심이 몰려있는 연구주제다. 고지를 먼저 점령하는자(혹은 국가)가 미래산업의 선두주자가 된다고들 한다. 이런일 일수록 남에게 보여 줄것과 감출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정부는 이런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구 떠벌리고 있고, 언론은 확성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중차대한 미래산업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군데 올인이라니…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실패하면 쪽박아닌가? 아니면, 한국여성들 몸 축내가며 연구했는데, 상업화에 실패해서 돈은 딴나라에서 벌수도 있다. 벌써 윤리문제 시비걸며 태클들어 오는거 보면 전혀 가능성 없는 얘기도 아닌듯 싶다.

실패할까봐 두려워서 연구하지 말란 말 아니다. 한국에 사람이 황우석만 있는것도 아니고, 황교수팀이 잡은 연구가닥은 많은 방법들 중 하나라는 얘기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윤리적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오던 인간복제 방법과 매우 유사하다. 논란이 되는 사안 일수록 찬성, 반대, 혹은 절충안들이 분분하게 마련인데, 언론은 그들을 동등한 무게로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그런데, 공부를 하지 않으니 보도내용은 항상 다른나라 언론의 인용, 알맹이 없는 선전성 보도, 정부 발표내용 비판없이 전달하기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런 보도들이 여론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국가에 어떤 형태로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는 계산하지 않고 말이다. 언론계는 호들갑 떨기식 보도를 당장 그만두고, 한참 많이 무게 있게 행동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은 언론이 보도한 내용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좀 더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본다. 연구하라고 해서 실험실로 달려 가란 얘기가 아니다. 적어도 줄기세포란 무엇인지, 그에 대한 연구는 무엇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 연구의 방향은 어떤것들이 있는지, 논란이 일고 있는 윤리문제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황교수의 연구가 성공해서 정말 국익이 될지 아닐지는 아직 모른다. 황교수 자신도 갈길이 멀다고 했다. 연구에서 갈길이 멀다는 얘기는 시간이 지나면 그 갈길을 다 갈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김칫국 먼저 마시는 격 되지 말고 침착하고 냉철하게 판단하도록 노력하자. 해외 유명전문지에 해마다 수없이 많은 논문들이 실린다. 그 논문들 중에는 나중에 정말 노벨상을 받는 것도 있지만, 다른 새로운 기술에 그냥 묻혀 버리는 것이 더 많다. 거기에 논문 몇편 실린다고 다된 밥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게다가 이 분야는 아직 연구의 초기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사람이 어떤방법으로 새로운 결과를 낼지 아직 모른다.

먼 훗날 황교수의 연구업적이 인정받아 노벨상을 받을수는 있지만, 그의 연구결과로 한국이 이익을 챙긴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몸 바쳐 연구를 지원한 여성들의 이름은 잊혀진 채, 황우석 이름 석자만이 이 분야에 한 획을 그은 사람으로 기억 될 수도 있다. 정작 이익을 챙기는 기술은 다른 방법에서 나올 수 있단 말이다. ‘황교수의 연구 = 국익’ 이라는 등식은 아직 성립된게 아니다.

결론적으로 황교수 연구만이 병들고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에게 등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정부, 언론, 국민이 3박자가 되어 다른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열어가는 분들의 연구의지를 꺽고 있지 않나 걱정된다. 그 분들 중에는 윤리적 문제가 마음에 걸려 전혀 다른 방향으로 연구의 가닥을 잡으신 분들도 상당수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 연구들은 어떻게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고려해 봐야 할것이다. 물론 똑같은 잣대를 황교수 연구에도 적용해서 연구성과 좋고 가능성 높은 곳에 좀더 많이 투자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가 지출하는 돈은 모두 국민이 낸 세금이다. 그러면, 당연히 국민은 어디다 투자하면 가장 수익성이 좋은지 따져봐야 할 것이다. 현명한 투자자라면 한곳에 올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처럼 윤리문제에 걸려서 국제시장에 상품을 내다 팔수 없는 상태가 된다면, 즉 국제시장이 품질은 떨어지더라도 골치아픈 윤리문제 없는 제품을 선호한다면? 윤리문제 시비 걸면서 상품을 헐값에 넘기라고 한다면? 이런 연구를 한국만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세계 웬만한 나라는 다 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법은 다른 힘 있는 나라들에 의해 조정되고 있다. 그럼 우린 한가지만 끝까지 고집해야 하는가? 생각해볼 일이다.

종교 없는 사람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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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인사이드 무명인의 글을 복사해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