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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소를 또 잃지 않기 위해선 그래도 외양간을 고쳐야한다.

by 앎의나무 2005. 5. 11.

삼성에 엎드린 보도에 깊이 사과드립니다

언론노조 신문민실위 위원들은 지난 2일 고려대학교에서 이건희 삼성 회장의 학위 수여식에서 빚어진 사건과 관련 신문들이 삼성에 바짝 엎드린 보도를 한 것에 대해 매우 부끄럽게 생각하며 독자 여러분께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

항상 정론직필, 사회를 밝힌다, 민주주의 지지, 젊고 강한 등을 표방하면서 매일 발행되는 신문들이 결국 삼성이라는 ‘자본’ 앞에서 힘없이 무너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신문들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처럼 사설에서 “보통 사람의 일반적 상식으론 학생들의 이런 난폭한 행동에 혀를 찰 수밖에 없다”거나 “손님을 불러놓고 출입을 막으며 몸싸움을 벌인 것은 예의를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라는 식의 경도된 비판은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동아일보처럼 <“21세기 경쟁 승패는 인재육성에 달려”> <고대 100년, 고대 혁명> <100년 고대 ‘세계 100대 대학’ 비전 주목한다>식의 수많은 기사와 칼럼·사설을 통해 고대 키우기와 이건희 회장 띄우기에 나서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문은 존재의 목적인 비판의 칼날을 스스로 꺾어버렸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3일자 보도에서는 ‘저지 소동’, ‘봉변’, ‘파행’ 등의 단발성 기사만 내보냈지 이번 학위 수여식의 문제점을 깊이 있게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그동안 삼성의 무노조 경영 속에서 희생된 수많은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분명하고 명확히 들려왔음에도 강도 높게 비판하지 못했던 사례를 되풀이 한 것입니다.

민실위원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조선, 중앙, 동아만의 논조에서 나타난 문제가 아닌 전체 신문사에 ‘자본’이 미치는 영향력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삼성의 광고 없이는 신문사가 운영될 수 있겠느냐’라는 너무나 아픈 치부까지 드러내고 말았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사주로부터 편집권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싸워왔습니다. 하지만 자본으로부터 편집권 독립이라는 숙제가 아직도 남아있습니다.

다시 한번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던 보도태도에 대해 깊이 사과드립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 민주언론실천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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