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 우리가 따져볼 만한 가치가 있는 감정의 전부는 아니다. 하루하루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 싶다고 마음먹은 사람에게 행복은 출발점으로서는 오히려 발마직하지 못하다. 행복감은 상황보다는 개인의 성향에 좌우된다. 다른 감정은 상황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그러한 여타 감정들이 행복감의 상승에 이어져 있다.
이를테면, 자신이 얼마나 능족적이며 강인하며 민첩하다고 느끼는가. 어려운 일을 할 때는 그런 감정도 강해지며, 실패를 맛보거나 아예 아무 일도 하지 않을 때는 그런 감정 또한 약해진다.
자신의 존재에 의미를 주는 목표를 개발하지 못하거나 자신의 정력을 충분히 써먹지 못할 경우 우리는 좋은 검정의 극히 일부만을 맛보게 된다. 꿈이 없고 위험이 따르지 않는 삶은 옹색하기 짝이 없다.
감정은 의식 안의 상태를 말한다. 슬픔, 두려움, 떨림, 지루함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은 마음속에 '심리적 엔트로피'를 조성한다. 엔트로피 상태에 빠지면 우리는 바깥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내부의 질서를 다시 세우는 데 온통 신경을 쏟아야 하기 때문이다. 행복, 과단성, 민첩성 같은 바람직한 감정은 심리적 반엔트로피의 상태다. 정력을 우리가 선택한 과제로 온전히 투입할 수 있다.
지향점/목표 설정은 주어진 과제에 관심을 쏟는 것을 일컫는다. 목표를 얼마나 끈질기고 일관되게 추구하느냐는 동기 부여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느냐에 달려 있다. 의도, 목표, 동기 부여는 심리적 반엔트로피를 조성한다.
정신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작업의 우선 순의를 조정하면서 의식 안에 절서를 세우는 것이다. 질서가 없으면 정신적 과정은 두서가 없어지고 감정의 질은 급격히 저하된다.
심리적 엔트로피는 딱히 할 일이 없을 때 하는 일에서 가장 높이 나타났다. 하고 싶어서 해야하는 것이든, 해야 해서 하는 것이든,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 집중해야할 어떤 목표도 없는 것보다 삶의 질을 끌어올려 준다.
의도는 정력이 단기간에 투입되는 반면, 목표는 점더 장기적으로 토입된다. 우리가 도달하려는 자아의 모습을 결정짓는 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이다. 일관된 목표의 추구 없이 일관된 자아를 만들어 나가기는 어렵다.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정력을 제대로 투입해야 한 사람의 경험에 질서가 생긴다. 예측이 가능한 행동, 감정, 선택에서 드러나는 이 질서는 시간이 흐르면 개성 있는 '자아'로서 우리 눈앞에 나타난다.
한 사람이 세우는 목표는 그의 자부심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부심은 기대와 성공의 비율에 좌우된다. 낮은 자부심은 지나치게 높은 목표나 적은 성공 경험에 기인한다. 기대치를 낮추는 데서 얻는 자부심은 자랑할 것이 못 된다.
의도와 목표를 두고 사람들이 흔히 품는 오해가 있다. 동양철학의 '모든 욕망의 포기'가 철저히 자동적이며 우연히 이루어지는 행위만 인정한다는 믿음이다. 이런 이해는 잘못된 것이다. 욕망은 뿌리뽑을 수 없다. 마음 가는대로 살면 목표를 정해야 하는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저 본능과 교육이 자신들에게 던진 목표를 맹복적으로 좇는 것에 불과하다. 동양철학은 '우리 마음속에 저절로 생겨나는 의도는 신뢰할 수 없는 것임"을 말할 뿐이다. 관성은 언제나 존재하여서, 우리가 가진 목표의 대부분은 유전과 문화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불교가 억눌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은 바로 그런 목표다.
자신의 목표를 다스리는 요령을 터득하는 것은 성숙한 삶으로 나아가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자연 발생적 욕망에 몸을 맡기는 것도 아니요, 무조건 억압하는 것도 아니다. 최선은 자기 욕망의 뿌리를 이해하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편견을 인식하면서, 사회적, 물질적 여건을 지나치게 흩뜨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자신의 의식에 질서를 가져올 수 있는 목표를 겸허하게 선택하는 것이다. 이보다 덜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자신의 잠재력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며, 이보다 과도한 목표를 세우는 것은 좌절을 자초하는 셈이다.
감정과 목표에 버금가게 중요한 것은 사고의 인지적 과정이다. 사고는 정신력에 질서가 갖추어지는 과정이다. 감정은 유기체를 접근이나 회피의 태세로 움직여서 주의를 집중시킨다. 목표는 욕망하는 대성의 모습을 제시하여 주의를 집중시킨다. 사고는 의미 있는 방식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는 이미지의 연쇄를 낳아 유기체의 주의를 집중시킨다. 가장 기본적인 정신 작용은 원인과 결과를 잇는 것이다. 훗날 우리가 하게 되는 사고의 대부분은 이런 단순한 연합에 토대를 둔 것이다.
감정, 목표, 사고가 늘 교섭하면서 서로 변화시킨다.
정신의 작용을 깊이 있게 파고 들려면, 집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집중하지 못하면 의식은 혼돈에 빠진다. 평상시의 마음은 정보의 무질서 상태이다. 생각는 논리적 인과 관계에 따라서 가지런해 배열되는 것이 아니라 두서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얽혀 있다. 집중하는 요령을 터득하지 못하면, 노력을 한곳으로 모으지 못하면 사고는 아무런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지리멸멸해진다. 공상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가능한데, 요새 공상조차 못하는 아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감정의 흐름을 거슬러야 할 경우엔 집중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하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을 때는 객관적 어려움이 아무리 크다 하더라도 별다른 갈등 없이 마음을 집중할 수 있다. 아무리 타고난 재능이 있어도 집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성숙한 지능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외부의 경험과 내부의 경험이 다르면 조화 상태를 경험하기 힘들다. 감정, 목표, 사고가 일치하지 않으면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 순간에 느끼는 것, 바라는 것, 생각하는 것이 하나로 어울어져야 한다. 이를 몰입 경험이라고 한다.
몰입활동의 특징은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일련의 명확한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또, 피드백의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는 것이다. 등산객은 한 보 내디딜 때마다 그만큼 높이 올라섰다는 것을 안다. 단서가 주어지지 않으면 지금 하는 일이 잘 되는지 못 되는지 한참을 모르고 지낼 때가 많지만 몰입 상태에서는 대체로 그걸 알 수 있다.
몰입은,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버겁비도 않은 과제를 극복하는 데 한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온통 쏟아부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행동력과 기회 사이의 조화가 이루어질 때 우리는 바람직한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 사람은 하루가 불안과 관태로 가득하지만, 몰입 경험은 이 단조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는 강렬한 삶을 선사한다. 몰입 상태에서는 자의식은 사라지지만 자신감은 평소보다 커진다.시간 감각에도 변화가 와, 한 시간이 일분처럼 금방 흘러간다.하고 있는 일 자체에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삶은 스스로를 정당화하게 된다.
체력과 정신력이 조화롭게 집중될 때 삶은 마침내 제 스스로 힘을 얻는다. 일이 마무리되면 비로소 지난 일을 돌아볼 만한 여유를 가지면서 자신이 한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가를 다시 한 번 실감하는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되돌아보면서 행복을 느낀다. 몰입에 뒤이오 오는 행복감은 스스로의 힘으로 만든 것이어서 우리의 의식을 그만큼 고양시키고 성숙시킨다.
몰입 경험은 배움으로 이끄는 힘이다. 새로운 수준의 과제와 실력으로 올라가게 만드는 힘이다. 이상적으로는,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을 즐기면서도 꾸준한 성장의 길을 걸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몰입의 단계로 넘어가기에는 권태와 무력감이 너무 강하여 비디오처럼 규격화된 자극으로 우리의 정신을 채우거나, 필요한 실력을 닦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집어먹고 마약이나 술 같은 인위적 이완제가 가져다 주는 몽롱한 상태로 가라않는다. 최적의 경험을 하려면 힘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첫발을 내디딜 기운조차 없는 경우가 흔하다.
티비 보기 같은 수동적으로 임하는 여가 활동에서는 좀처럼 몰입 경헙을 할 수 없다.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활동의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실력이 알맞게 균형을 이루고 있다면 사람은 어떤 활동에서도 몰입을 맛보며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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