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주화란, 간단히 말해서 나눠서 다른 것으로 여긴다는 거다.
비슷한 녀석들끼리 묶어서 한 덩어리, 그리도 또 다르게 비슷한 녀석들끼리 묶어서 다른 덩어리...
그런데, 원래 인간이 살아가는 세계에서 그렇게 딱 구분되는 것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심지어 절대적 기준처럼 여겨지는 남성/여성의 범주도 그 중간 형태의 인간들 때문에 예외가 존재하며, 혈액형도, cis-AB형 같은 'O'형이 태어날 수 있는 혈액형들도 존재한다.
이런 범주화의 불확정성은 인간의 언어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가령 영어 등의 다른 언어에서는 분명 다른 범주로 구분되는 유성음과 무성음이 국어에서는 서로 다른 범주로 인식되지 않는다. 감기(kamgi)의 첫 'ㄱ'과 둘 째 'ㄱ'이 다른 소리라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본어화자나 영어화자라면 두 음을 분명히 다른 소리로 인식한다. 그런데 이러한 범주의 기준은 통시적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우리말에서 근대국어시기에 어두에 'ㄹ'이 올 수 없는 두음규칙이 있었다. 즉 이말은 어두에서 'ㄹ'과 'ㄴ'이 서로 서로 다른 범주로 해석되지 않았다는 뜻인데, 현대어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다.
현대어에서는 '루이14세'와 '누이14세'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그러니까 범주화는 고정불변하는 것이 아니다.
또 그러니까 촘스키 문법의 기저형이란 것은 범주화에 변화가 생길 때마다 계속 바꿔져야 하므로,
하나의 규칙으로 무수한 변이형을 산출한다는 이상은 통시적으로 헛된 꿈이 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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