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취가 남아 머리가 멍- 한 상태에서 갑자기 생각났다. 그래서 끄적여 본다,
언어가음성형태와 거기에 실리는 의미로 이루어져 있음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다,
굳이 소쉬르를 들지 않더라도, 저 고대그리스의철학자들도 이미 언급하고 있는 사실이니까.
일찌기, 생성의미론자들은 의미를 분해한 일이 있고, 최근 자연의미론(?)인가에서도 원초적인 의미소들을 둬 그것으로 마치 물질이 원소들의 구조에 따라 달라지듯, 의미소들의 구성에 따라 의미가 달라짐을 설명하고 있다.
논의진행을 위해 형태소에 대한 정의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언어학자들은 예전부터 의미를 가진 최소의 단위를 형태소라고 불러 왔다. 그러니까 어떤 형태소의 의미는 어떤 의미소로 어떻게 구성돼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된다.
그런데, 형태의 의미는 영원히 그대로가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즉 통시적으로(diachronically)변하기 마련이다. 그 가운데 의미가 확장되는 것이 있다. 의미가 확장된다는 것은 외연이 는다는 것으로, 외연이 는다는 내포가 준다는 뜻인데, 내포가 준다는 게 바로 의미소가 준다는 것이 된다.
따라서 기존의 문법화, 그러니까, 어떤 형태가 어휘적의미에서 기능적의미로 변하는 것은, 의미소라는 개념을 도입해 설명하자면, 내포가 줄어 외연이 넓어지는 것이 된다. 외연이 지나치게 넓어지면, 어휘의미로서 세계에 대한 변별적 외연기능을 상실하고, 그렇게그 형태는 문법화하는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와서, 현대국어의 '한'을 보면, '한'은 애초에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지시하는 형태였느데, 지금 이것의 의미가 특정 문맥에서 자주쓰이다가 그 문맥이 두드러지게 되어 하나의 개별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의미소를 잃는 문법화이다.
'한 번'은 원래는 '1 회'를 의미했는데, 특정 문맥에서 '시도'의 의미를 갖게 된다. '한' 자체의 의미가 '번'과 함께쓰여 추상화되고 이런 의미로 빈번히 쓰여 의미가 변하고 하나의 독자적인 기억공간을 차지하게 되면, 원래의 음성형태는 약화하게 된다. 그 증거가 '함'이다!
'함'은 '한 번'에서 '한'의 의미와 '번'의 의미가 추상화했고, 그것이 형태적약화로 나타났으며
그로인해'함'이하나의 독자적 의미를 갖게 되었다는 증거가 된다.
우리는 이런 표현을 아주 자주 쓴다, '함 해볼까'. 대신'한 번 해볼까'는 뭔가 진짜 1회라는 느낌이 들고, 말하기도 귀찮다--;
'한'의 'ㄴ'은 '번'의 'ㅂ'에 위치적인 동화를 겪어 함이 되고, '한 번'/함번/의 빈번한 쓰임에 따라 '함'은 '시도'의 의미를 갖는 '한번'이 나타나는 맥락의 음운론적인 정보가 된다. 따라서 '번'은 잉여적 정보가 되어 약화탈락한다.
역사적으로도 이와 비슷한 의미/음운론적인 변화를 보인 예들이 있다.
하나만 들면, "함께"를 들 수 있다. 원래 '한'+'(ㅂㅅㄱ)ㅢ'의원래의미로는 '한 곳'인데 지금은 그런 의미는 없다. 의미적추상화가 일어난 경우이고, 마찬가지로 'ㅄ긔'의 어두자음군의 첫 자음 'ㅂ'에 동화해 '한'은 '함'으로 나타나게 됐다.]
또 맥락에 의해 독자적인 형태소로 독립해 가는 것의 예로는 "딴"이 있다.
원래 '다르다'라는 형용사의 관형형 활용 '다른'에서 나타난 것일 터인데,
의미적인 변화는 형태적 변이를 유도하므로,
'different'의 의미에서 'another'의 의미로 쓰이며,"다른"에서 "딴"이란 형태로 변해
점차 하나의 어휘로 굳어져 가고 있다. 물론 굴절도 하지 않으므로 관형사이다.
의미적으로는 추상화인지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다른"이 "딴"이 된 것도 형태적 약화인지 강화인지 판단하기 애매하다. 음절수로는 약화지만, 초성으로는 강화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함", "딴"의 의미를 중심으로 의미의 변화가 형태를 변화시킴을 보여봤다.
그 중에서도 "함"의 경우는 문법화의 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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