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이런 기분이 정말 좋아,
창밖으로는 눈이 차분히 내리고,
창안의 이 공간은 밝고 아늑하며 조용한 음악이 있지,
곰팡이가 슨 녹차잎을 우려 마셨더니
식중독에 걸리더라, 일종의 발효품인 녹차임에도 풀구하고!
그러나,
며칠 앓고 다시 본 세상은 역시나 아름답다,
언제나 앓고 난 뒤의 세상은 아름다웠어, 한 번도 예외가 없지,
김남조 시인의 어느 싯귀엔가 등장하는,
채송화 다발들이 일깨워 주는 것과 비슷한 것을
오늘 나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일깨워 준다,
베르나르는,
장편보다는 단편을 잘 쓰는 작가인지도 몰라,
나무는 단편들 가운데 한 편의 제목이면서
이 단편들을 모은 책의 한국판 제목이기도 한데,
나무를 전체 제목으로 정한 건 좀 의외이긴 했어,
한편한편 마치 미지의 공간으로 통하는 문 같아서,
한편이 끝나면 그 뒤에 더 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거 같이 느껴.
하지만 그렇지는 않고,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지.
하지만, 하나의 이야기 끝에 남겨진 그 무한한 상상의 세계가
그의 글들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해주는 걸지도 몰라,
우리의 삶을 다 살아보지도 않고 다 안다면
이 얼마나 무례하고 거만한 생각이며,
또한 그런 인간이야 말로 얼마나 따분한 인간일까,
문득 눈을 보며 이런 생각들을 했다. <div class="post_footer_con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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