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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부모의 체벌 금지, 체벌의 범위는 학교에서도 동일하게

by 앎의나무 2020. 11. 1.

부모의 자녀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인준이 통과되면 부모의 자녀 체벌이 전면 금지될 것이란다. 

 

현재 학교에서의 체벌을 기준으로 보면 이는 조금 걱정스럽다

: 학교에서는 벽보고 서 있기, 복도에 나가 서 있기 등도 체벌로 보는 분위기이고(실제로 넓은 의미로 체벌을 보는 입장에서는 신체에 가해지는 모든 종류의 고통을 체벌로 봄), 이런 체벌을 가했다가 학부모 민원이라도 들어오는 날에는 교육청과 학교와 교사는 비상이 된다.

 

아이가 성인이 되기까지 생활하는 주요 거점인 가정과 학교는 사회화의 역할도 해야 한다. 백신을 맞아 취약한 체질을 개선해 병을 피하듯, 가정과 학교에서의 경험들이 축적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립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프레임에는 '잘못에 대해 응당한 처벌을 한다'라는 것이 있다. 이는 대표적인 엄격한 아버지 모형의 프레임이다. 법치라는 것 자체가 이러한 프레임에 기반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가정과 학교에서 잘못과 이에 대한 응당한 처벌의 원리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며, 잘못의 경중에 따라 처벌의 경중이 결정되며 그 중에는 인신을 통제할 수 있는 벌도 있다는 것을 체화해야 한다.

그런데 이제 이런 걸 어디서 배우나. 지금 학교에서도 체벌을 못하는데, 집에서도 못하면, 애들은 도대체 어떻게 이러한 죄의 경중과 벌의 경중 관계를 체화(머리로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1로 자리잡아 직관적으로 아는 것)할 수 있을까? 아무리 잘못을 해도 인신이 자유로운데, 인신 통제의 법을 두려워할까, 그러한 범법 행동을 직관적으로 거부할까. 만 18세가 되면 갑자기 짠 하고 그러한 의식이 체화될까? 멍청한 생각이다.

아마도 체벌이 '때리기'만 가리킨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지금 이 작자가 무슨 말을 하는가 싶을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 체벌로 고발되는 일들은 앞서서 언급한 것처럼 '뒤로 나가 서 있기' 같은 것도 포함된다. 그걸 가정으로 옮기면 '2시간 동안 티비 시청 금지', '오늘 외출 금지', '얘기 안 들어주기' 같은 것이 된다. 이런 것마저 체벌이 되어 범법 행위가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체벌의 범위를 잘 정하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다만 그렇게 정의된 체벌은 가정과 학교에서의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보통의 가정에서 훈육하는 만큼 학교에서도 그렇게 훈육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양해를 해야 한다. 이중잣대를 거두어야 한다. 어쩌면 차라리 잘된 일일지도 모른다. 이 기회에 체벌의 기준을 명확하게 해 교권을 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상위 프레임으로서 '엄격한 아버지 모형'과 '자애로운 부모 모형'은 어느 사회에서든 공존해 왔다. 사회가 이 둘의 균형 속에 유지해 왔다. 실제로 세계에는 위험이 존재하여 일사분란하게 대응했고(엄격한 아버지 모형적 대응), 또 실제로 우리는 연대하고 유대하여 번영해 왔다(자애로운 부모 모형적 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