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Socializing

1부1처제에 대한 단상

by 앎의나무 2011. 3. 7.
얼마 전 MBC 다큐멘터리 <아마존의 눈물>에, 아마존 상류에 위치한 '조에'라고 불리는 부족이 소개되었다. SF 티비 드라마 스타트렉 엔터프라이즈의 닥터 '플록스'는 데노불라 인이다. <오래된 미래>에서 책의 저자가 함께 살며 소개하는 부족은 라다크인이다. 아랍인들이나 인도인들이나 아프리카의 여러 부족들은 여러분들도 잘 안다.

이들은 1부1처제 사회가 아니다. 
특히 앞의 두 사회는 다부다처제이다.
라다크는 다부일처제 사회이고, 아랍이나 인도는 일부다처제 사회이다.
태종이 정종에 대한 콤플렉스로 국법을 바꾸기 전까지 우리 역시 공식적으로 일부다처제 사회였다.
우리 사회에서 서구의 문물이 영향력을 행사하기 전까지, 첩이라는 이름으로 우리 사회는 일부다처제를 유지했다. 게다가 삼한, 특히 신라는 여러 사료들과 정황들로 미루어 모권 중심의 다부다처제 사회였을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고려 왕실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견해도 있다. [고려의 왕족은 왕이 되지 못하면 왕씨 성을 쓰지 못하고, 왕건의 여러 부인 중 자신의 조상이 되는 한 명의 성을 따랐다.]

1부1처제 사회에서 모든 윤리와 가치와 정의를 습득한 우리는 모른다.
1부1처제 사회가 세계의 패권을 쥐고 있는 구조에 들어 있는 우리는 모른다.
1부1처제 사회가 사회 구성원에게 주는 정체성만을 알고 그것만을 연구해 온 우리는 모른다.
다른 형식의 가족 시스템에 대해 우리는 거의 모른다.

우리의 인식체계는 1부1처제를 벗어난 적이 없다.
1부1처제가 아닌 가족제도는 우리의 인식체계에 부합하지 않을 뿐이다.

다만 가족 제도와 윤리/정의/사회가치가 긴밀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와 다른 가족 형식에 거부감을 가지는 것이다. 동성연애에 대한 시각이 한 극단적 경우이고, 외국인과의 결혼에 대한 시각이나, 동성동본 결혼에 대한 시각 등이 또 한 경우이다. 일부다처제, 다부일처제, 다부다처제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모든 포비아가 자기 중심적 사고와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배격에서 기원한다.
외계인을 공격적이고 무시무시하게 그리는 경향 또한 마찬가지이다.

성숙하지 못한 존재는 밖의 존재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고 무기력을 느낀다.
에리히 프롬은 이를 극복하는 것이 생명지향(biophillia)이요, 행복의 요건이라고 설파하였고,
이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를 죽음지향(necrophillia)이라고 정의하였으며, 유아기적 성격특징인 어머니에게로의 고착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하였다.

화제를 돌려서, 
1부다처제는 남성 중심 사회의 소산이다.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폭력이 사회를 유지하는 권위가 되면서 모권 사회는 부권 사회로 이행하였다.
그 결과 여성의 지위는 점차 낮아져 급기야 물건 취급을 받게 되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1부1처제가 1부다처제의 소아시아 세계의 변종일 뿐이라는 점이다.
소아시아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아버지 역할의 유일신 종교들의 발원지이며,
그 하나인 기독교는 여성을 저주했으며 남성에게 모든 권위를 부여했다.

우리는 은연중에 이러한 가치를 강화해 왔다.
모든 드라마와 영화와 노랫말이 1부1처제를 강화한다.
한 남자는 한 여자만 사랑하고, 헤어지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도덕을 강요한다.

만약 우리 사회가 다부다처제라면, 애정에 있어서의 시기와 질투가 있을까, 헤어지는 아픔이 그렇게 많을까, 이혼이 그렇게 많을까? 성애와 애정을 그렇게 혼동할까? [스타트렉의 플록스는 인간들이 벌이는 애정과 관련된 격양된 감정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조에 족은 질투하지 않는다.]
다부다처제라서 모든 아이들이 여러 어머니와 부모 밑에 있다면, 편부/편모로 인한 성격 발달 상의 문제가 그렇게 빈번히 발생할까? 내 자식과 남의 자식을 나누고 대립시키고 경쟁시킬까?

이상 일부일처제에 대한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