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천원이세요'와 같은 표현을 많이 듣는다. 곰곰 생각해보면, '-이세요'의 '-세요'는 '시어요'가 줄어든 표현이다. 우리들은 모두 중등 교육을 받으며 주체존대 선어말어미 '시'에 대해 배웠다. 화자에게 주체가 높임의 대상일 때 쓰는 것이라고들 알고 있다. 그런데 '(가격이) 천원이세요'라니? 식자들에게 '천원이세요'라는 표현이 좀 경박해 보일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는 모국어와 민족주의와 언어규범주의가 묘하게 얽혀 있다. 우리말을 가꾸는 건 좋고, 그게 민족이라는 개념과 이어지는 것은 당연한데, 그게 규범을 만들기에 이른 건 특기할 만한 사항이 아닐까. 한국은 언어 규범이 명문화되어 있는 몇 안되는 나라이다. 요컨대, 규범은 규범일 뿐, 언어의 본질은 아니란 말씀.
각설하고, 그럼 이때 '세요'는 뭔가? 청자대우의 기능을 하는 어미로 볼 수 있겠다. 'ㅂ니다'와 거의 기능이 같다. 'ㅂ니다'로 바꿔쓸 수 있다. 물론 문체적 차이나 뉘앙스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현재 '세요'가 신형으로서 좀 더 젊은 계층을 중심으로 사용되면서 더 세련된 어휘의 자격을 획득하는 듯하다. 국어의 역사에서 객체존대와 주체존대 선어말어미가 청자대우법 어미로 발달한 예는 부지기수라 특이할 게 없다.
그럼 어떻게 '세요'는 청자대우 용법이 되었는가? '세요'의 '셔요'가 축약된 것이고, '셔요'는 '시어요'가 축약된 것이다. 예) '하시어요', '하셔요', 하세요'
이때 '요'는요 보조사로요 아무데나요 마구요 붙는요 녀석입니다요.
그래서 '세요'는 기원적으로 '-셔'와 '요'의 결합형이 한 단위로 발달하는 중에 축약형이 된 것이다. 그런데, 이때 '-셔'의 기능은 명령이다. 그리고 '셔'엔 주체존대 '시'가 포함되어 있다. 즉 '셔'는 주체존대이면서 명령이다. 그리고 명령문의 주어는 항상 2인칭(청자)이다.
요컨대, 높은 사람인 청자에게 명령을 할 때, 명령형 어미 '-어' 앞에 주체존대 '시'를 붙이고 명령형 어미 '-어' 뒤에 청자존대 '요'를 붙인 것이다. 결국 '-셔요'는 주어가 청자이고 화자보다 높은 경우에 쓰인다.
중요한 것은 주어가 언제나 청자라는 점이다. 주어는 구어에서 생력되는 경향이 있고, 그런 상황이 빈번해지면 주어=청자, 라는 등식이 점차 인지적 표상에서 약해지면서 '청자'만이 강한 표상을 가지게 된다. 대화에서 청자란 언제나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중심으로 '-세요'는 청자인 주체를 대우하는 용법에서 청자대우의 용법으로 변할 수 있다.
아직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인정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경향으로 보건대, '-세요'는 청자대우법 어미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
인용 정보
김현주, 2010년 06월 22일, '천원이세요'라니?, 최초 게시 사이트 http://koty.tistory.com/1268
- 참고 - 움베르토 마뚜라나 그리고 프란시스코 바렐라 저, 최호영 역, <앎의나무>, 2008, 갈무리.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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