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1 사치스러운 것 쓸쓸하다, 허전하다 정도의 말은 산뜻한 수채화 같은 기분이어서 괜찮다. 그러나 외롭다, 고독하다는 따위는 실격이다. 말만 그런게 아니고 느낌 자체의 깊이가 의심스러워 칙칙하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어쩌다 외롭다는 말을 하고 보면 내 자신이 싫어지고 남이 그 말을 자꾸 하면 아주 싫어진다. 실상 요즘 우리들 생활에는 외로와질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는 데 더 큰 괴로움이 있지나 않을까? 몸이 바쁘다는 것은 건설적인 뜻에서 좋을지 몰라도 남의 일로 하여 너무 많은 생각을 빼앗긴다는 것은 참을 수 없다. 우리는 매일 아까운 시간과 귀중한 마음을 보람 없이 버리고 살아간다. 가족이라는 첫째 인간관계로부터 교우 혹은 사회로 말미암아 의무는 항상 명심하고 있으며 애정을 위해선 당연한 일, 다만 한계를 넘어선 연대.. 2008. 12.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