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한글반포 562돌이 되는 날입니다.
원래 우리 문자의 이름은 '훈민정음'이었지요.
그래서 문자 '훈민정음'을 만든 원리나 응용하는 방법 등을 기록한 책의 제목도 <훈민정음>이구요.
먼저 훈민정음의 창제는 1443년 12월에 이루어졌습니다
(세종실록: 이달 왕이 직접 언문 28자를 마련하였다. 이를 훈민정음이라 한다.)
그리고 책 <훈민정음>이 1446년 9월에 만들어졌습니다
(세종실록: 이달 상순에 훈민정음이 완성되었다.)
남쪽의 한글날은 책이 나온날을 반포일로 삼아 기념하고 있는 것이구요
북쪽의 한글날은 글이 만들어진 날을 창제일로 삼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북쪽에서 한글날은 1월입니다.
한달 씩 밀리는 이유는 과거에는 음력을 썼고, 그것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1달 정도 밀리기 때문입니다.
여튼, 훈민정음은, 정음, 언문 등으로 불리었습니다.
언문은 '일상적인 문자'라는 뜻으로 쓴 것인데, 식자층들 사이에서 그 의미가 점차 격하되었던 것일 뿐
원래부터 비하의 의도가 있었던 말은 아닙니다.
마치 영어의 thou와 you처럼요.
영어의 2인칭은 존칭인 you와 평칭인 thou(thy)로 구분되어 있었습니다.
신분이 비교적 명확하게 구분되었던 중세까지 이 체계는 잘 지켜졌는데
사회가 복잡해지고 봉건 사회가 변하면서, thou가 사라지고 you만 남게 됩니다.
상업이 발달하면서 thou를 쓸 기회가 점차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장사를 잘하고, 물건을 싸게 사려면 당연히 thy(자네, 군) 따위의 용어를 쓰면 안 되겠지요.
그래서 홀로 남은 you(당신, 그대)는 그 대립되는 평칭의 어휘가 사라지자
평칭에 대비되던 존칭의 의미가 사라져서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비슷한 원리로, 언문을 식자층들이 한자에 대비시켜서 사용하자,
원래 없던 비하의 의미가 '언문'이라는 단어에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언문은 '훈민정음'을 '한자'에 대비시켜 낮잡아 보는 용어로 쓰였다고 주장이 되는 것이지요.
이후, 개항을 거쳐 근대화를 겪으면서 조선에는 일본의 문화가 대거 유입됩니다.
이때 많은 학문 체계와 용어들도 같이 들어오는데 '국문'이라는 용어가 들어옵니다.
그래서 개화기 초기, 그러니까 일제에 의하 강점이 되기 직전에는
대한제국의 왕립연구소인 '학부'에서 '국문'의 사용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일제 치하가 되어 '국문'이 일본의 문자인 '가나문자'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게 되자
우리글인 훈민정음을 '국문'으로 부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찾은 것이 '한글'입니다.
그런 일련의 일들은 주시경을 중심으로 한 조선어학회를 주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처럼 '한글'이란 명칭은 서글픈 역사의 산실입니다.
- 562돌을 맞는 한글날을 기념하며 채찍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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