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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Maturana and Varela

교육과 사랑

by 앎의나무 2008. 8. 15.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학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수학 교사와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배운다. 아마도 아이들은 언젠가 이 즐겁고 흥겨운 종류의 '더불어 있음'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것이다. 그리고 수학 교사가 되거나 그 자신이 수학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어떤 내용을 단순히 전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들에게 어떤 삶의 방식을 접하게 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산수의 규칙들, 물리학의 법칙들, 또는 언어의 문법 등이 습득될 것이다. 내 주장은 이렇다. '학생은 교사를 배운다.'

협력을 고의로 거부하는 듯이 보이는, 이른바 문제 학생은, 눈에 띄고 받아들여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이다. 세상이 온통 이들에게 계산될 수 있는 방식으로 행동하고 강한 요구에 자신을 맞추도록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말이다. 이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도록 요구하면 교류를 위한 공간이 열리고 아이들은 자신들의 저항을 버리게 될 것이다. 실제로 눈에 띄는 것, 자기존중을 회복하는 것, 그리고 사랑이 바탕이 되는 상호작용들에 참여하는 것은 치유 효과가 매우 크다. 어쩌면 제공된 가르침의 종류가 쓸모없게 보이고 지루하기 때문에 돌아설 수도 있다. … 학생들 쪽에서 내리는 이러한 평가는 이제 교사로 하여금 실은 그렇지 않음을 증명하는 수완을 발휘하도록 촉구하는 것이다. 일단 관심을 갖는다면 세상 모든 일이 흥미롭다.

문법을 가르치는 사람에게 문법이 어쩔 수 없이 힘들고 지루해서 언어에 대한 새로운 이해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그의 학생들도 정확히 그와 똑같이 느끼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 만일 문법 교사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존경과 사랑을 그렇게 적게 갖고 있다면, 학생들이 문법을 싫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의 내적 태고를 바꿈으로써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선생님이 업무에 열광적으로 몰두하고 있는지 언제나 재빠르게 파악한다.[각주:1][그게 교사와 학생 사이에만 그렇겠는가]

모든 사람이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낄 것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떤 것에도 열광적으로 몰두할 준비가 확실히 되어 있다. 다만 주변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는 아이들은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당연히 학생들의 일상생활에 학교의 화젯거리들을 연결시키고, 그들과 관련된 문제들을 전면에 내 놓는 일은 항구적인 과제이다.물론 어떤 것들은 암기되어야 하고 반복적으로 연습되어야 한다. 하지만 단순한 반복조차 우리의 시각을 예민하게 하고 새로운 통찰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해를 증진시킬 수 있다. 갑자기 우리 앞에 놓인 방정식들을 푸는 게 더 쉬워졌다는 것을 알게 되고, 공을 네트에 수백 번 던지고 나면 어느 순간 우리의 근육은 바뀌게 되고, 슛은 더욱 정확해진다. 만일 반복 연습을 어쩔 수 없이 지루하고 판에 박힌 활동으로 평가절하한다면, 당신은 그것이 가치가 없다는 부가적인 의미를 그것에 부여하는 것이다. [각주:2]

불경과 학대에 직면하고 있는 어린이들에겐 자신과 남 모두를 존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페루의 어떤 정신과 의사는 한 연구에서, 단 한 사람의 완전히 신뢰할 만한 어른이 있어도 아이들이 그들의 자기존중을 회복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점을 밝혔다. … 하지만 만일 가정과 부모들로부터의 어떠한 후원도 없다면, 자율적인 삶의 방식의 강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교는 각별한 책임을 갖게 됩니다. 학교에서가 아니라면 아이가 어디에서 자신감을 발휘할 수 있겠습니까.

어떤 말을 들을 때, 우리는 언제나 자신이 그것에 동의하는지 확인할 수 있고, 우리 자신이 갖고 있는 견해들과 부합하는 정도를 입증하려고 노력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문화에서는 중심적이고 널리 퍼져 있는 경향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귀 기울여 듣는 사람들은 실제로 그들 자신을 제외한 다른 누구의 말도 귀 기울여 듣지 않습니다. 이와 다른 종류의 귀 기울여 듣기는 들은 말이 타당할 수 있는 상황들의 문제를 고려합니다. '실재의 어떤 영역에서 그것이 옳은가? 여기에서 생산된 세계가 나는 마음에 드는가?' 상대의 말에 폭넓게 귀 기울여 들어주고, 그들이 귀 기울여 듣는 것을 귀 기울여 들으라.
타자를 존중하고 정당한 현존의 영역으로 간주한다면, 우리는 상호작용의 흐름 속에 있는 사랑하는 존재들이 될 것이다.
 
pp. 209ff
  1. EBS 다큐프라임, 공부의 왕도 편에서 책 읽기를 싫어하고 잔디깎기에만 관심을 가지는 아이의 학습 능력 향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런 아이에게는 다른 따분 한 것보다, 잔디깎기 기계 설명서 같은 것을 읽게 하여,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도 인지적인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본문으로]
  2. 같은 다큐멘터리에서는 성공, 달성의 경험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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