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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

Zeitgeist ; 시대정신 혹은 시대적 감성

by 앎의나무 2008. 7. 12.
고백컨데, 1996 학년도 고려대학교 본고사 논술 문제 중 하나인 '시대적 감성'에 대해 논하라는 문제를 나는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지문으로 제시된 홍길동 전의 '호부호형 장면'과 '시대적 감성'이라는 생경한 용어를 연결시켜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감독관에게 '시대적 감성'이 무엇인지 물어보았으나, '알아서 이해하라'는 답변만을 들었을 뿐이다.

어쨌거나 당시의 윤리와 지금의 윤리가 다르다는 취지의 글을 적긴했으되, 자신이 없었고 미처 생각해본 적이 없는 문제였으므로, 중언부언, 논점일탈 등 치명적인 단점들을 줄줄 흘리는 답안이었으리라.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적을 수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윤리나 에티켓 등의 사회적 현상은 천천히 변화한다. 독일어에서 유래된 시대정신(Zeitgeist)이라는 말을 씀직하다. 문헌들에 의하면 현대 민주주의 국가에서 여성의 참정권이 보편적인 현상이겟지만 이런 현상은 최근에야 달성된 것이며 불과 100 여년 전만해도, 여성이 참정권이 없는 것이 보편적이고 자연스럽게 인식되엇엇다.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된 최초의 근대적 국가는 뉴질랜드(1893년)이며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 프랑스는 1945년, 스위스는 1971년, 쿠웨이트는 2006년에야 여성에게 참정권이 부여되었다고 한다. 시대정신의 변화를 생생히 증거하는 일련의 사건들이리다.

시대정신은 변한다. 그것은 언어의 본질적 속성이 변화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하지만 종종 언어가 변화의 결과물이라는 사실이 잊혀지면서 언어 규범에 얽매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시대정신에 대해서도 고정불변하는 무엇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바라건대, 시대정신의 본질을 이해하고 인류의 진보를 향해 일보 전진하기 위해 깨어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