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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고대생 출교 사태 법원 판결 관련 한겨례 사설

by 앎의나무 2007. 10. 5.
사실 1심 재판부의 판결을 기다릴 필요도 없었다.
고려대의 출교 처분은 어떤 이유로도 부당했다.
교수 감금 행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학생에게 사형에 해당하는 출교 처분을 내릴 만한 사안은 아니다.
교육기관이 할 짓도 아니었다.
게다가 학교는 적법한 절차도 밟지 않았다.
따라서 어제 재판부가 출교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절차의 부당성과 징계권 남용을 인정한 것은 새삼스러울 게 없다.
그럼에도 이 판결이 반가운 것은, 황색 언론의 여론몰이와 비이성적 여론재판이 횡행하는 우리 사회에서 아직 합리적 이성이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까닭이다.

판결 내용은 지난해 5월 고려대 문과대 교수들이 ‘학교 당국의 급속하고 강경한 징계 결정’과 ‘학교 행정의 비민주성’을 비판한 성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고려대 당국은 단과대 교수의 동의를 거쳐야 할 징계 절차를 일방적으로 바꿔 보직교수 중심으로 진행하도록 했고, 징계 과정에선 학생들에게 충분한 소명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

그래서 문과대 교수들은 “학내에 이성적 사유, 건강한 소통이 사라지고 캠퍼스가 반지성적 권력의 공간으로 피폐해지는 것”을 개탄했다.

고려대가 반성해야 할 것은 비단 비교육적 비민주적 행태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것은 반지성적 권력 공간으로 피폐해지는 고려대의 현실이다.

교수 감금사태의 뿌리도 여기에 닿아 있다.

고려대는 2000년대 들어 학교의 기업화에 앞장섰다.

학교에는 삼성관, 엘지-포스코 경영관, 에스케이 정보관, 씨제이인터내셔널하우스, 이명박(한나라당 대통령후보) 라운지 등의 건물과 강의실이 등장했고, 특정 재벌에 교과목 설계 및 계약교수 파견권까지 주었다.

압권은 100주년 기념 삼성관을 개관하면서 재벌 회장에게 명예박사 학위를 준 것이었다.

학생들은 이런 흐름에 저항했고, 학교 당국은 학생 자치활동을 위축시키려 했다.

문제의 보건대생 투표권 시비는 이 과정에서 빚어졌다.

학교 당국은 지난해 3월 징계 조항에 출교 조처를 신설하고, 징계절차를 대폭 간소화했다.

1심 재판부는 출교 처분을 두고 ‘학교로서 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교육기관으로서 학교의 역사에 길이 남을 오점이다.

계속 버티는 건 오점만 키우는 일이다.

교육적이지도 않다.

출교 징계를 철회하고, 징계절차를 다시 밟기를 바란다.

이에 앞서 사건 내용과 징계과정에 대한 진상조사를 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학교의 기업화 또는 권력화에 대한 반성도 자연스럽게 공론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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