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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

누구나 행복을 원한다

by 앎의나무 2006. 11. 12.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철학들은 그냥 '알고' 있을 뿐이라는 걸, 그것의 '현실'은 전혀 감도 못잡고 있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았다. 하지만나는 무서웠다. 내가 알고 있고 정의라고 믿었던 가치들이 서서히 무너져 가는 걸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똑바로 바라보지 못하는 자신을 위한 합리화는 정말 스스로도 진저리 칠 정도로 치밀하고 기민하게 이뤄졌다.
'그래 어짜피 사회가 이래-', '다들 그러는데 뭘-', '전세계적인 요구에 맞춰야돼-', '부모님이 바라시잖아', '아무도 그런 걸로 나를 비난할 자격은 없어', '세상은 어짜피 권력과 돈으로 돌아간다'
'중요한 것은 세계적 추세가 아니라지구에서 인류 전체가 지속적으로행복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어느 경제학자의 언급이나, '사회적 편견을 꿰 뚫어 볼 것'이라는 어느 철학자의 언급이나, '헛된 격정과 욕망에서 벗어나라'는 어느 심리학자의 글이나, '석유 자원의 남용과 온난화'에 대한 어느 과학자의 경고나,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는 어느 문학자의 글에 밑줄을 쫙쫙 그으며 감동하며 동감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런 합리화가 무수히도 이뤄졌다.애초에 이런 걸 몰랐으면 모를까,마음은 서서히 그렇게 굳어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저 그렇게 살다가 군대를 가고 그저 그렇게 복학을 했다. 그런데 변화는 거기에서부터 시작된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수업 때문에 읽었던여러 교양서적들이그때 새로운 내용으로 둥실둥실 떠올랐던 것이다.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 거냐고 마음이 말하고 있었다.좋아하고재밌게 들었던전공 분야를 공부하자고 결심을 했다.복학하고 들은 첫 수업의 교재인 'the speech chain'을 도서관 열람실 책상에 딱- 펼치고 공부를 시작할 때의당황스러움이 기억에 남는다. 그 책상에 앉은8명 중에 유일하게 나만이 전공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 반은 영어공부를 하고 있었고 나머지도 사시와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주변을 둘러 보았다. 주변엔 온통 영어/국가시험 책들만이 보일 뿐이었다. 지금은 피식 웃고 말지만, 그것 때문에 일 주일은 고민했던 걸로 기억한다.
진정 행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최소한 말초적 쾌락만은 아니더라는 것, 최소한 경제적 풍요만은 아니더라는 것, 최소한 무기력하게 유아기적 구원에 대한未望에 모든 걸 내맡기는 것은아니더라는 것, 사람에 대한 믿음삶에 대한용기는 필요하다는 것이 10년 동안의 작은결론이다.스물에 뿌린 씨앗이 10년 만에 열매를 맺는 나무가 되었나보다고 잠시 자만스런 건방을 떨어보기도하지만, 역시나 삶은 계속 진행 중인아이러니이다.
그러나 어쨌든!이제는, 합리화를 이겨내고, 진지하게 자신의 마음과 양심을 지키며, 주변의진지하지 않은이야기과 시선에 일일이 대꾸해서 스스로의 가치를 자꾸 떨어트리지 말고, 오직 행동으로 말하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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