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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copied from )[필진]<피디수첩>의 비윤리성에 대한 성찰

by 앎의나무 2005. 12. 7.

들어가며

PD수첩에 대한 방송 취재윤리 위반에 대해 MBC가 사과를 하고나서 그 파장이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듯 하다. 개인적으로도 'PD수첩 방영 후 논란, 한국사회의 내셔널리즘과 노동중독'이라는 글을 쓴 상태라 그 심정은 참으로 무겁고 참담하기까지하다. 하지만 그것보다 무서운 것은 이제는 정말 MBC PD수첩 방영에 대한 내용을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더 암담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정말 PD수첩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물론 지난 PD수첩 방영 직후에도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문제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매국노와 난치병 치료에 대해 무관심한 사람으로밖에 비추지 않았지만, 아마 이제는 아직도 정신못차렸다는 이야기를 하거나, 상황이 바뀌었으니 그에 대한 변명을 한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PD수첩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이 문제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과제와 교훈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PD저널리즘 프로의 문제점과 한계

그동안 우리는 여러 방송사에서 시사고발프로로 일컬어지는 소위, PD가 직접 보도를 하는 PD저널리즘 프로를 접하고 있다. KBS '추적 60분', '시사투나잇', SBS '그것이 알고싶다', '세븐데이즈' 등이 PD수첩과 같은 형태를 띠고 있는 대표적인 PD저널리즘 프로라 할 수 있다. 이미 국민일보 12월 5일 인터넷판에도 문제제기한 것처럼 이러한 프로들은 이미 선정적 소재와 몰래카메라 등의 위장 취재, 사생활침해,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었다는 - 우리가 지금까지 누구나 알고 있는 당연한 - 사실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이 PD저널리즘 프로에 대해 접하면서 우리 스스로는 위장 취재, 사생활 침해, 인권 침해 등 문제들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그 문제에 대한 고발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큰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문제의 성질이 달랐다. 사회적 정서가 PD수첩 내용에 대해 이미 엄청난 항의를 가져오고 있던 터라, 취재윤리 문제까지도 도마에 오를 수 있었다.

이 문제는 취재윤리 문제가 절대 하찮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취재윤리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며, 그렇기 때문에 PD수첩의 이번 취재윤리 위반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아마 이번 문제로 MBC는 창사 이후 최대의 타격과 함께 현재의 흐름대로라면 최문순 사장 퇴진 등 더 큰 문제로 비화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MBC는 그에 대해서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수년간 문제삼지 않았던 공공연한 취재윤리 위반을 이번 PD수첩이 그렇게 공격을 받는 것은 어쩌면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한 방영을 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윤리'에 대한 사회의 성찰

이번 사태를 보면서 사실 우리 사회는 큰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볼 수 있는 기회였지 않나라는 것이다. PD수첩 방영에 대한 황우석 교수 연구의 문제는 생명'윤리'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고, PD수첩 취재에 대한 방법에 대한 문제는 취재'윤리'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었으며, 지난 'PD수첩 방영 후 논란, 한국사회의 내셔널리즘과 노동중독'의 글에서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우리 사회에서의 자본과 성과를 위해서는 과정의 문제는 눈감아줄 수 있다는 자본'윤리'에 대한 것이었다. 그동안 얼마나 이 사회가 결과만을 중시한 채,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하찮게 여겼냐라는 것을 보여주는 일련의 흐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보지 않으면 그 결과는 본질적 성찰을 얻기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MBC 취재윤리 위반만을 비판 하는 것도 그동안 계속적으로 문제가 된 PD저널리즘 프로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도움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사회적 문제에 대해 고발을 하기 어려운 언론의 목적까지 훼손될 수 없는 위험이 있다. 이는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해 난자매매나 연구원 난자 사용이라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줄기세포 연구 자체를 무시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오히려 이번 PD수첩 방영 후 MBC앞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PD가족들의 사진까지 올리는 것도 서슴치 않는 네티즌들은 이른바 '매국노'로 일컬어지는 사람들이 왜 그리 생명'윤리'에 대해 걱정을 했는지를 역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를 취재'윤리' 문제에서 얻었으면 한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양비론이 아니다. '윤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노동중독 사회의 흐름과 연결고리로 보지 않는다면, 지금 나타나는 어떠한 비판과 비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황우석 교수가 연구에 참여하기 어려운 심적 부담과 함께, 더 이상 여론이 강하면 사회 고발하기 어려운 방송가의 눈치만 커지게 될 것이다. 그 둘은 우리 모두 원치 않는다.

재차, 이제는 차분한 길을 걷자

이미 지난 글의 마무리로 '이제는 차분한 길을 걷자'고 이야기한 바 있다. 개인적으로 다시 한 번 차분한 길을 걷자고 하고 싶다. 소모적인 현상비판이 아닌 우리 사회에 대한 본질적 접근 없이는 이번 PD수첩과 황우석 교수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PD수첩의 난자매매와 연구원 난자 사용 문제는 충분히 문제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었고, 국익에 갇혀 생명'윤리'를 하찮게 여기고 있는 사회 풍토에서 상당한 사회적 환기를 일으킬 수 있는 방송이었다. 하지만 그 이후 DNA 검증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해야 할 일을 비전문가가 검증하는 대단히 큰 오류와 자아독단을 가져오게 되었다. PD수첩은 그 문제에 대해 과학계가 나서서 자정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만 했어야 했다. 그에 대해서는 9시 뉴스 전 내보냈던 사과가 충분치 않다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그런데 더 가관인 것은 역시나 PD저널리즘 프로를 하고 있는 타 언론사의 반응이었다. 4일 MBC의 사과방송을 봤을 때 느낌이 씁슬하였다는 표현을 한다면, 5일 PD저널리즘 방송을 하고 있는 다른 방송사 언론들의 반응에 대해서는 '자기들은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PD수첩만 문제였다'는 반응을 보는 것 같아 참으로 역겹다는 표현을 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PD수첩에서도 그런 적 없다고 말한, "죽이러 왔다"라는 상식적일 수 없는 표현까지도 진실 확인여부 없이 내보내는 일부 신문들의 지면을 볼 때면 암울하기까지하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PD수첩이 제기한 문제는 덮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과학계 등 전문가가 이에 대한 명확한 검증이 있지 않는다면 지금의 줄기세포 연구 초기 단계를 지나고나서는 더욱 문제가 심각해질 수 밖에 없다. 앞으로 임상실험 후 상용화가 되기 위해 30년이 걸린다고 봤을 때 이제 줄기세포 연구가 걸어온 길과 PD수첩의 문제제기는 빙신의 일각이라 할 것이다. 과학계의 검증과 자기성찰이 없다면 해외에서는 끊임없이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의심을 할 수밖에 없고, 연구 자체를 떠나 한국 사회는 '윤리'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사회라는 오명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또한 이는 우리 사회의 학계에 전반적으로 퍼진 것과 같이 다른 교수의 결과물에 대해 비판하지 않는 것이 관행이 되어버린 암묵적 동의만을 키울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5일 민주노동당이 성명을 낸 것과 같이, PD수첩의 취재윤리 문제는 비판받아야 하지만,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과학계가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PD수첩 방영은 그 방송에서 이야기하고자했던 목적과 취재방법 모두가 우리 사회에서의 '윤리'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성찰할 수 있던 계기가 된 것 같아 반성과 과제를 동시에 던져준 사건이었다. 이 글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또 PD수첩에 대해 비판하더라도, 그저 MBC만이 책임을 지고 끝낼 문제가 아닌 것은 바로 이러한 성찰 과제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