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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한토마 펌.

by 앎의나무 2005. 12. 7.
그래도 지구는 돈다.

MBC의 사과가 황 교수의 결백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줄기세포와 관련한 PD수첩 취재진과 황 교수 사이에 전개되는 진실 공방이 마치 격투기의 뒤집기를 보는 것처럼 날마다 새로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그저께 파견 연구원이 협박당한 사실을 폭로하였고 MBC 측이 대 국민 사과문 발표를 접하면서 진실규명과 과정의 정당성을 중요시 하는 많은 사람들은 허탈과 분노에 빠져야만 했다. 한 쪽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는 취재원을 상대로 협박과 공갈이라는 아주 부적절하고 파렴치한 방법으로 진실규명이란 숭고한 목적을 훼손하였다는 사실은 백번 천 번을 지탄받아도 마땅하다 할 것이다.

부랴부랴 PD 수첩의 취재 과정에서의 부정한 동기와 취재과정을 비난하는 글을 올리고 나서 하루 종일 내 머릿속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 말이 맴돌았다.
대통령이 나서서 황 우석 논란을 마무리 지을 것을 희망하고 한걸음 더 나아가 흔들림 없는 국가 지원을 재차 확인하였고, 황 교수를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은 마치 승리자라도 된 듯이 황 교수를 찬양하는 한편으로는 타도 MBC를 외쳐대었고, 난자 제공 희망자가 일천 명에 육박하는 등 그 열풍은 가히 월드컵 당시의 “대~한민국!”을 능가하는 집단 히스테리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우리 사회의 지나친 쏠림 현상은 황 교수 측이 연구 과정에서 드러난 잘못이 마치 잘못이 아닌 것인 양 호도되고 있고 체세포 복제에 대한 진위 논란에서 황 교수 측이 연구의 사실 관계를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 면죄부(免罪符)와 동일시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지동설을 주장하던 갈릴레오가 종교재판에서 처형을 면하기 위해 지동설을 부인하고 법정을 나서며 웅얼거렸다는 “그래도 지구는 돈다.”는 한 마디는 오늘 이 사건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PD수첩 측의 중대한 과실이 드러났더라도 생명복제에 대한 윤리적 성찰은 아직 검증을 기다리고 있으며 여전히 황 교수 연구에 드러난 의혹은 황 교수 측이 나서서 진실을 입증해야 할 책무를 가지고 있다.
갈릴레오의 표현을 그대로 재연하자면 “그래도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 !”는 것이다.



사건의 재구성


PD 수첩 측에 황 교수 연구자 중 한 사람의 제보가 있었다. 기자는 당연히 제보의 진위를 확인하였을 것이고 제보의 신빙성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기자가 파 헤쳐야 할 대상은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는 황 우석 교수이다.
당연히 취재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취재결과 불법난자 채취는 사실로 확인되었고, 연구의 진위에 대한 의혹도 아주 설득력을 가진 진행형으로 발전하였다. 더욱이 황 교수측이 제공한 복제세포가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일치하지도 않았다. 이러한 사실이 파문을 일파만파로 증폭시키며 섀튼쪽에 파견된 연구원이 잠적하였고 황우석 팀의 안규리 교수 일행이 돌연 미국을 방문하였다.
그리고 잠적했던 제보자가 돌연 재등장하고 YTN은 제보자가 협박당한 사실과 연구가 허위라는 제보를 하지 않았다는 인터뷰를 집중하여 방영하였다.
그리고 MBC는 2차 방송분이 남아있음에도 서둘러서 대국민 사과를 발표하였고 대통령은 때맞추어 논란을 마무리 할 것을 희망하였다.

지난 수 십 일간 세상을 놀라게 했던 황 우석 파문은 엉뚱한 곳에서 해답이 나와 황 우석 교수는 자신이 속죄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오(無誤)한 영웅으로 찬사와 동정을 한 몸에 받고 있고, 국민들의 관심은 더 이상 진실규명에 대한 일말의 미련조차 사라지는 것으로 마무리 되고 있다.

예측 불허의 상황에서의 급박한 교통정리가 이루어 진 과정을 지켜보노라면 마지 잘 짜여진 각본에 의해 모두가 연출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황 교수의 의혹은 해소돼야 한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난 것 같지만 여전히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가 거짓일 수 있다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PD수첩 측도 핵심적인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MBC 측이 서둘러 사과를 하고 PD들 또한 부당한 취재에 대한 사과를 했다고 해서 핵심적인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기자의 협박이나 불손한 취재동기를 인정한다 할지라도 그것은 언론 종사자의 윤리적, 사회적 책임론으로 거론돼야 할 또 하나의 문제 일 뿐 황 우석 연구의 의혹은 황 우석 스스로가 정당성을 입증해야할 책임이 여전히 있다 할 것이다.

의료사고로 인한 소송에서 환자의 가족은 의료진의 과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다. 다만 치료과정에서 과실이 있었을 개연성만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의사는 자신의 의료행위에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야할 책무가 있다. 왜냐하면 환자 가족은 의사의 전문분야인 의학논쟁을 의사를 상대로 승리로 이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세포복제 파문에서 기자의 역할은 의혹이 있다면 의혹을 제기하고 의심이 가는 부분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미 충분한 역할을 다 했다고 보여 진다.

따라서 의혹을 해명하고 논란을 잠재울 책임은 황 교수 연구팀에 여전히 있다 할 것이다.
황 교수는 국민이 어린아이 달래듯이 자신을 달래줄 것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자신의 결백을 입증하고 연구를 진척시킬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많은 이의 주장처럼 황 교수의 연구는 황 교수 필생의 연구이며 자신의 미래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흠집내려했다 해서 자신의 연구에 의욕을 잃었다면 이제까지 어떻게 그 어려운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진행해 왔다는 것인지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그 자신이 모두가 자신을 찬양해 주길 바라는 유아적 과대망상증에 빠져있거나 누군가의 뒤에 숨어 소리를 쳐야만 할 만큼 자신이 떳떳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황 교수가 자신의 연구에 대해 사실임을 입증하는 것은 황 교수 자신을 위해서도 중요하며 자신을 지지하는 많은 국민들의 성원에 보답하는 길이기도 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황 교수의 연구가 이미 밝혀진 것처럼 불법난자채취문제나 윤리적 검증을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정당하기를 희망하고 있고 황 교수 연구가 이번 파문을 딛고 일어섬은 물론 연구에 탄력을 얻어 보다 큰 성과를 이루어 내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도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의혹은 반드시 해소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