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 대도관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눈두덩이를 자극하는, 기억을재생할 수만 있다면 분명 태어날 때 보았을 것과 같다는 확신이 드는,
포근한 빛이 도서관의 창들을 따라 연주곡 캐논처럼 질서의 존재감을 심어준다.
자리를 잡고 책을 본다. 쏟아지는 빛을 따라 졸음도 쏟아진다.
.....갑자기 일어나서는 노트북을 켜고 블로그를열고 미친듯이자판을 두드린다.
역설적이게도 존재감은존재의 부정 위에서 싹을 틔운다.
한번 배운 피타고라스의 정리가 다시는깨달음을 주지 못하는 반면, 한번 읽은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삶의 여정을 따라 두고두고 되새겨지고 되새겨져서...대체 저 셰익스피어의 정신은 어디까지 "인간"에 다가갔을까, 내가 평생을 살아도 그가 가본 "인간"을 다 가 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게 한다.
인생은 온전한 나를 찾는 여행이다. 여행길목길목에서 갈림길을 만날 때마다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되새기고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는작업 그 자체가 "나"에 대한 부정이고 동시에 거기에서 긍정되는온전함에 가까운나를 찾을 수 있는새 갈림길의 발견이다.
지금의 나를 규정해왔던 모든 가치관을 부정하고, 순수하게 지금의 자리에서 다시 나를 규정해야 나아가야 할 새로운 갈림길이 보인다.
누군가는 그런 끝에서 석가나 공자나 예수의 옷자락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진리를 따라 삶의 매순간 부정되며 긍정되는 존재의 극한엔 무엇이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