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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No royal way

[ 공부론 | 고대신문 20080506 ] _ 학자와 지성인이 되기 위한 공부하기 - 임희섭 교수님 / 발췌

by 앎의나무 2008. 5. 16.
첫째로 되도록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부에 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왜 학자가 되려고 하는지, 내가 왜 지금의 전공을 택하였는지, 그리고 나는 왜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공부하려고 하는지 등에 대해 충분히 생각해 보고 확실한 문제 의식을 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내가 논문의 주제로 선택하였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연구해 나아가고 싶은 특정 주제가 우리 사회나 인류사회를 위해 왜 중요하며, 그 주제에 대한 연구를 통해 나는 내가 종사하는 학문과 국가 및 인류사회에 무엇을 어떻게 기여하고 싶은지에 대해 되도록 뚜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에 임하는 것이 공부의 진행과정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자신이 전공하는 분야의 고전을 되도록 많이 공부하라고 권하고 싶다. 어떤 학문분야에나 그 학문이 발전해 오는 과정에서 큰 전기가 되었거나 중요한 공헌을 남긴 고전들이 있기 마련이다. 그와 같은 고전들은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흔적이나 역사로서의 가치만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흔히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는 보물창고와 같은 구실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고전들은 모든 문제에 대한 완벽한 해답을 가지고 있는 바이블과 같은 책이라고 믿는 것은 물론 잘못된 생각이다. 고전을 마치 성경이나 경전을 신봉하듯 읽거나 그 해석에만 몰두하는 고전의 독법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은 경우 고전은 중요한 주제들에 대해 이미 많은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그 주제들에 대한 그 시대의 해석이나 미완성의 설명들을 제시하고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문제제기와 미완성의 해석들은 흔히 오늘날의 학문적 작업이 막다른 골목에 처했을 때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안내자가 되거나 새로운 발상의 보물창고가 되어 주기도 한다.

셋째로 필자는 대학원생들에게 자기 학문분야의 방법론에 대해 되도록 철저하게 공부해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권유하고 싶다. ...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적어도 대학원 학생 시절에는 지나치게 특정한 방법론에만 편중되어 다른 방법론에 대해서는 공부도 하지 않으려 하는 배타적 태도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신이 선호하지 않는 방법론이나 이론적 관점이라도 되도록 많이 공부해 두는 것이 앞으로의 깊이 있는 연구 활동을 위해 많은 도움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공부를 직업으로 삼아 공부하는 사람들은 '공부하기'를 힘든 노동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자신이 가장 즐기면서 보람 있게 해 나아갈 수 있는 삶의 방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즉 공부하는 사람은 공부를 통해서 자아를 실현하고, 공부를 통해 사회에 참여하며, 공부를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에 봉사한다는 학문하는 사람으로서의 직업의식을 내면화해야 한다. 지식인은 자신이 공부를 통해서 얻는 지식을 자신만을 위한 자산이나 권력으로 이용하려 하기보다는 모든 인류의 복지를 실현하는데 기여할 사회적 자산의 산출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기는 참된 지성인이 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 공부론 | 고대신문 20080506 ] _ 학자와 지성인이 되기 위한 공부하기 by 임희섭 교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