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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Reading Ethical Know-How, written by Francisco Varela

by 앎의나무 2014. 2. 6.


체화된 인지에 대한 몇 가지 관전 포인트[각주:1]


Know-how

지식은 know-how와 know-what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즉각적이고 우리 삶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때 지식은 구체적concrete이고, 신체적embodied이고, 통합적incorporative이고, 경험적lived이다.

지식은 상황적이고 개별적이다. 즉, 역사성과 맥락은 추상적 본질을 감추는 무엇이 아니다. 세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어떤 것이 아니다. 우리가 움직이고 만지고 숨쉬고 먹으면서 만들어가는 무엇이다. 인지는 그렇게 나타난다. cognition as enaction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상황에 처한다. 계단을 오를 때 왼발을 들어 한 계단 올리고, 이어서 이를 지지대 삼아 오른 발을 끌어 올리면서 동시에 다시 한 계단 위에 올리는 행동은 단순해 보이지만 수많은 운동의 가능성을 극히 일률적으로 구축해낸 결과이다.[각주:2]

즉, 우리는 항상 주어진 상황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우리가 살아지는 세계는 항상 손 안에 있는 세계이다. 계단을 오를 때 심사숙고하지 않는다.

要는, 살면서 처하게 되는 상황들 각각에 대해 우리는 걸맞은 행동을 할 채비가 되어 있으며, 우리의 일상은 하나의 행동을 할 채비에서 또 다른 채비로의 이행들의 집합이다.

이러한 채비를 하는 존재를 미시자아micro-identity, 그러한 미시자아의 어떤 채비가 가능하게 만드는 어떤 상황을 미시세계micro-world라고 하자. 미시자아와 미시세계의 관계는 그의 개체발생의 역사 속에서 구축된다.

일상에서는 몇 가지 전형적인 미시세계가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상황마다 그에 적절한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은 반복되는 일련의 미시세계들의 단계별 이행과정을 체화하는 데서 온 것이다. 하나의 행동 채비에서 다른 채비로 이행할 때 행위자는 자신의 일생 전반에 근거하여 입장을 취한다. 어떤 상황 속에서 행함enaction은 이처럼 창발적이다.

따라서 생명체의 자율·창조성의 핵심은, 생명체가 자신의 자원을 바탕으로 적절하게 행동함으로써 다음 단계로 옮아가는 나름의 방식을 찾는 것, 즉 어떤 채비를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Knowledge as enaction

체화되었다는 것은, 1) 인지가 “다양한 감각-운동 능력을 갖춘 신체”에 기인한 여러 경험들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뜻하며, 또한 2) 개체의 감각-운동 능력 자체는 더 포괄적인 맥락, 가령 생물학적/생태적 맥락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인지를 enactive하게(환경 속에서 살아감에 따라 구축된다는 관점) 접근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사실에 기반한다.

1) 지각perception은 행위에 의해 구성된다(enacted); 2) 행위는 지각에 의해 인도된다; 3) 행위가 지각에 의해 인도되는 것은 ‘반복적으로 실현되는 감각-운동의 특정 형태들’에 의한 것이다; 4) 감각-운동 형태들이 특정한 지각-운동의 연쇄를 구축한다는 것은 곧 인지구조의 창발을 의미한다; 5) ‘3)’에 의해 지각에서 행위가 인도되는 것이 반복되면서 ‘상위의’ 인지구조가 창발한다.

實在는 enacted되기 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재는 지각자에 종속되어 있다. 무엇이 지각자에게 중요한 세계로 간주되는가는 지각자의 감각-운동의 구조에 좌우된다. ex. 똥파리와 사람.

지각에 대한 연구는 지각자가 현장적 상황들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행위들을 이끌어가는가에 대한 연구이지, 주어진 세계가 표상을 갖는다는 식의 관점에 의한 연구가 아니다. ex. 고양이 실(Held & Hein)과 맹인의 감각도구(Bach and Rita).

인지구조에 대해 Lakoff와 Johnson의 방식, 즉 metaphors, we live by의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해보자. 경험이라는 것의 실체는 ‘체화된 감각-운동 구조들’이다. 이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경험적 구조들이 창발하는데, 이러한 구조가 개념적 이해 내지 이성적 사고를 자극한다. 이를 인지구조 내지 지각-행동 구조라고 한다.

가령 기본 층위 범주의 인식을 예로 들어 보자. 기본 층위에 속하는 어떤 한 범주는 사람들에게 유사한 형태로 지각되고 유사한 운동/행동을 요구한다. 즉, 기본 층위 범주의 결정은 신체의 감각-운동 구조에 의한 지각-행동 패턴에 좌우된다.

 

Virtual Identity

비단일체적 자아의 존재가 신경/인지과학 분야에서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가 단일한 자아라고 느끼는 것은 가상적이다.

인간의 어떤 인지적 경험은 여러 하위 신경 시스템의 창발에 의해 가능하다. 가령 시각은 모양, 크기, 강도 등의 형태적인 감각과 색, 질감, 반사율, 투명도 같은 표면성질에 대한 감각과 위치, 방향, 거리 등에 대한 3차원 공간관계에 대한 감각과 궤적, 회전 같은 3차원 운동에 대한 감각 등 다양한 시각적 양상의 공동작용이며 이러한 각각의 양상은 동시적으로 작용하는 하위의 신경연결망에 의해 창발한 것이다.

이 하위 신경연결망은 서로 독립적이고 또 해부학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상호작용을 하며 정합적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다방향적이고 다중적인 상호작용과 그 결과로 창발하는 복잡계는 이제 더 이상 기이한 현상이 아니다.

인지과정에서 뉴런의 신호는, 미시세계가 산출enacted될 때까지 요동치면서 점차 정합성을 이루게 된다. 인지과정은 단절적이며 이 과정이 연속을 이루면서 삶이 이루어진다. 인지과정은 측정할 수 있는 시간 내에 일어났다 사라진다. 모든 인지적 행위에 있어, 경쟁적인 여러 하위 (뉴런신호) 과정이 있을 때, 이들 각각에 따른 여러 미시세계 중에서 하나가 주도권을 잡고 정해진 행위를 이루어가는 창발의 순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병렬적으로 동시에 활동하는 여러 하위 (미시)자아/행위자를 포함하는 풍부한 역동성과 이들 사이의 ‘신속한 대화’가 실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드러났다.

즉, Walter Freeman의 토끼 후각 실험을 통해, 토끼의 연수 피질에 뉴런 신호의 진동(요동)이 관찰되었는데, 정확한 순간에 후각의 기반을 이루는 뉴런을 선택적으로 연결되면서 일시적으로 모아짐이 관찰되었다. 이때 하나의 특정한 냄새에 여러 차례 노출되지 않으면 연수에는 통일된 활동의 뚜렷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즉, 후각 감각을 자극하는 분자 덩어리가 나름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의 노출이 요구된다.

이 실험을 통해 동물에 체화된 역사에 기반하여 의미가 구축enacted됨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의미의 enaction이 행동과 행동 사이에서, 즉 행동을 위한 채비를 할 때 이루어지는데, 이 과정은 수많은 뉴런들이 서로 빠르고 복잡하게 신호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뉴런 신호의 정합적 패턴 혹은 앙상블을 창발하는 과정이다.

미시세계를 구성해 가는 이러한 뉴런신호의 진동은 현 상황에 의해 활성화된 상이한 (미시)자아들이 서로 다른 해석양식으로 정합적인 인지적 틀과 행동태세를 갖추려고 다투면서 벌이는 매우 신속한 상호협동/경쟁의 징후이다.

자아는 신경망의 분산처리를 통해 창발한 것이다. 보모 개미 격리 실험의 예에서 마치 어떤 중앙처리장치 내지 중앙통제자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지 않음을 알고 있다. 간단한 구성 요소들의 활동으로부터 창발하는 정합적 전체 패턴이 중심부에 있는 것 같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전체 패턴은 전체의 행위를 위한 상호작용 수준에서는 필수적인 것이다.

인간의 자아도 마찬가지이다. (대부분 두뇌에 위치한) 중간 신경계에는 기호화 비기호 사이의 구분이 없다. 인지적 자아는 이 신경계에서 스스로 구현되어 있는 것이다. ‘나’라는 감각은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어떤 측면에 대해 진행되고 있는 해석적 서술이며, 미시자아들의 전형적 관심에 따라 끊임없이 이동한다. 단일체적 자아는 관찰자에게만 보이는 것이다. 행위자는 어떤 목적을 위해 움직이거나 생각하거나, 언어를 통해 행위자를 재귀적으로 지시하는 행동을 할 뿐이다.



 사용기반 언어 이론 3.pptx



  1. 이 논의는 Francisco J. Varela의 Ethical Know-How를 기반으로 하였다. [본문으로]
  2. 물론 그런 행동 연쇄가 이루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또 낯선 세계, 가령 처음 얼음이 언 계단을 오를 때는 주의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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