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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어원] 그저께

by 앎의나무 2011. 3. 13.
<그저께>는 <어제그저께>를 줄여서 부르는 말이다.
한 단위가 된 단어 연쇄에서 일부가 생략되는 현상은 보편적이다.
한 덩어리가 되면 그중 일부만 인지적으로 활성화되면 나머지도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를 환유라고 한다. (의도적인 문학 장치로서의 환유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뉴런 네트워크의 활성화 차원에서 회로화되어 있는 뉴런연결망의 일부가 활성화되면 나머지 부분도 활성화되는 현상을 일컫는 것임)
<머리카락>을 <머리>라고 하거나 /머리가 길다/
<아침밥>을 <아침>이라고 하거나
<담임선생>을 <담임>이라고 하거나
<노트북컴퓨터>를 <노트북>이라고 부르는 것이나
<리모트콘트롤러>를 <리모콘>으로 부르는 것이나
<샤프펜슬>을 <샤프>로 부르는 것이나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럼 <어제그저께>가 '이틀 전'을 가리키는 논리적 이유는 무엇일까?
'그그저께', '그그그저께' 등의 언어 사용 양상으로 추론컨대
<어제그저께>는 '어제 그 어저께', 즉 '어제의 어제'를 가리키는 단어 연쇄가 한 어휘로 발달했을 개연성이 있다. 그래서 '그'를 덧붙일 때마다 하루만큼 전날을 가리킬 수 있는 것이다.

'어제 그 어저께'가 '어제그저께'로 약화하는 것은 서로 다른 언어 두 단위가 한 단위가 되면서 일어나는 일반적 현상이다. 구어에서 빈번한 어휘는 형태가 약화되기 쉽고, 이런 현상은 특히 서로 다른 두 단위가 빈번히 붙어 나타나면서 한 단위가 될 때 많이 관찰된다.
'그저께'의 경우 아마도 두 단어의 경계에서 만나는  /ㅡ/와 /ㅓ/에서 /ㅓ/가 /ㅡ/로 약화하면서 '그으저께'가 실현되고 이후 /그저께/로 추가적인 약화를 겪게 된 것일 터이다. 이런 변화는 비일비재하다. 가령 '냅둬'는 '내비둬'에서 줄었고 '내비둬'는 '내벼러둬'에서 줄었으며, '습니다'의 '습니'는 '삽나이'에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