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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Kluge_Gary Marcus

심리적 붕괴

by 앎의나무 2009. 3. 19.

왜 이토록 우리의 마음은 허약할까
뇌에 대한 요구(인지부하)가 증가하면 선조 체계는 평소대로 작동하는 데 반해, 더 현대적인 숙고 체계는 뒤처지기 시작한다. 특히 인지적인 위급 상황에서, 우리의 더 진화된 능력이 가장 절실히 필요할 때, 이런 능력은 우리를 저버린다. 그리고 분별력 없는 행동이 이어진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피로할 때, 우리는더 고정관념에 사로잡히고 더 자기중심적으로 되며 닻내림[각주:1]의 고약한 효과에 더 취약하게 된다. 진화는 조상 전래의 반사 체계에 우선권을 부여했다.
우리의 타고난 산만함 역시 반사체계와 숙고 체계의 통합이 빚어낸 또 다른 귀결인 듯하다.
왜 우리는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룰까. 정확하게 그 원인을 알기는 어렵다. ; 여하튼 이는 전형적인 '자기조절 실패'이다. ;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는 버릇의 핵심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목표들을 향해 나아가는 일을 미룬다는 데 있다.
우리가 뒤로 미루고 싶은 유혹을 가징 크게느끼는 과제들은 일반적으로 두 조건을 충족한다. 하나는 우리가 그것을 즐기지 않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꼭 지금 해야한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 뒤로 미루기는 미래를 깎아내리기, 즉 현재에 비해 미래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경향과 쾌락을 편리한 나침반으로 사용하기 사이의 사생아이다.
인간으로 산다는 것은 자기 통제의 산에 오르기 위한 평생의 투쟁이다. 왜냐하면 진화는 우리에게 분별 있는 목표들을 세우기에 충분한 지적 능력을 주었으나, 그것들을 관철하기에 충분한 의지력은 주지 않은 때문이다.

왜 우리의 마음은 쉽게 무너질까. (심리적 붕괴)
편집증, 망상, 강박증, 공격성 같은 특정 증상들이 재발하는 방식에는 놀라울 정도의 일관성이 있다. 이런 장애가 보상적 이익을 수반한다는 주장들이 있다. 이들을 접할 때마다 팡글로스(Panglos)[각주:2] 박사를 연상한다. ; 어쨌든 적어도 몇몇 장애들은 적응의 직접적 결과라기보다 부적절한 설계나 명백한 고장의 결과로보는 것이 타당할 듯하다. ; 설령 단순한 유전적 잡음과 같은 가능성들ㅇ을 제쳐 놓더라도, 어떤 정신 질환의 존속이 그것이 주는 어떤 이익 때문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진화는 우리의 정신생활에 '관심' 없으며 오로지 결과만을 중시한다.
장애는 진화의 우연한 사건들 때문이다. 가령 앞서 살핀 게임 다양한 중독증은, 단기 이익과 장기 이익 사이의 비율을 제대로 계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

인지적 클루지의 얄궂은 장난
정상적인 사람들이 때때로 통제력을 잃게 되는 데는 몇 가지 인지적 클루지들의 얄궂은 장난이 작용하고 있다. 흥분의 순간에 너무자주 반사 체계에 우선권을 넘겨주는 어설프느 자기통제 장치, 언제나 또는 거의 언제나 자기가 옳다고 착각하게 만드는 어리석은 확증 편향, 근거가 있든 없든 자신의 신념을 옹호하게 만드는 확증 편향의 사악한 쌍둥이라 할 동기에 의한 추론, 어떤 사람에게 화가 날 때면 그에 대한 불쾌한 과거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드는 맥락의존적인 기억. 이런 것들이 합쳐져 차가운 이성을 압도하는 뜨거운 체계를 만들어 낸다.

반추의 순환; 광기가 그 자신의 현실을 만든다.
어떤 사람이 일단 편집증의 길로 들어서면 그 사람은 결코 이 길을 벗어나지 않을지 모른다. 편집증이 편집증을 낳는다. 확증 편항과 반대 증거를 부정하려는 의지를 지닌, 즉 동기에 의한 추론을 하는, 유기체에게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진정한 적이다. 편집증 환자는 자신의 편집적인 신념을 확증해주는 증거들에 주목하고 그것들을 끊임없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반면, 그것에 반대되는 증거들은 무시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우을증 환자들도 또 다른 방식으로 현실감을 잃곤 한다. 우울증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환각을 경험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울증 환자들은 (실패, 실수, 날아간 기회 등) 삶의 부정적인 측면에만 주목함으로써 현실을 왜곡되게 지각하곤 한다. 그 결과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장 흔한 증상이 나타난다. 나는 이것을 '반추의 순환'이라고 부르고자 한다. ; 우울증의 일부 원인은 사람들이 부정적인 것들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종종 우울의 악순환에 빠지는 데 있다.
우을증은 상실이 과장되면서 시작된다. 이것은 기억의 맥락의존성에서 기인한다. 슬픈 기억은 더욱 슬프느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이것은 다시 더더욱 슬픈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우울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모욕적인 한마디 한마디는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또는 살가치가 없다는 근본 견해의 확증으로 이해된다. 이때 맥락 기억은 불공평했던 과거의 경험을 되살린다. 그런가 하면 동기에 의한 추론은 우울증 호나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비관적인 인생관에 반대되는 증거들을 무사히게 만들 수 있다. 우울증 환자가 어느 정도 자기 통제력을 발휘하거나 초점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없다면 이런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조울증. 이런 악순환은 양극성 장애를 겪는 사람들의 경우에 기분이 가라앉을 때뿐만 아니라, 기분이 들뜰 때도 나타날 수있다.  ; 양극성 장애를 겪는 사람이 인지적으로 정서적으로 자신을 충분히 통제할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면, 이런 사람은 기분이 들뜬 상태가 계소고 상승하여 마침내 현실감을 잃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들뜬 기분이 들뜬 생각을 낳으며 악순환이 강화된다.

정신분열증. 동기에 의한 추론과 맥락 기억은 심지어 정신분열증 호나자들의 망상도악화시킬 수 있다. (물론 이것들이 망상의 최초 원인은 아닐 것이다.) 예컨대 많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자기가 예수라고 믿으면서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온갖 이야기들을 지어내는데, 이때 확증 편향과 동기에 의한 추론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 저마다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믿는 정신분열증 호나자들을 한데 모아두면, 저마다 자신의 망상을 유지하기 위해서 다양한 이유들을 들이대면서 이전보다 더욱 열심히 작업했다. 맥락 기억과 확증 편향을 바탕으로 자신의 일생에 대해 일관성 있는 이야기를 지어내려는 강력한 욕구를 지는 종에게 현실감의 상실으느 거의 직업병에 가깝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신경적 취약성
맥락기억, 확증편향, 동기에 의한 추론 등에 의한 왜곡 효과, 자기 통제 체계들 사이의 기묘한 분열. 그리고 네 번째 요인은 아마도 (이따금 그거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는 데까지 발전하곤 하는) 설명에 대한 갈망. 주사위를 던질 때마다 그것의 결과를 '설명'하려 드는 도박꾼처럼, 정신분열증 환자들은 설명의 인지 기제를 사용하여 목소리와 망상을 조합하려 들 수 있다.
  1. 지금 접한 정보에 끌리는 현상 [본문으로]
  2. 끼워 맞추기를 잘하던 사람.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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