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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노란 숲 속에 길이 두 갈래로 났었습니다. 나는 두 길을 다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면서, 오랫동안 서서 한 길이 굽어 꺾여 내려간 데까지, 바라다볼 수 있는 데까지 멀리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똑같이 아름다운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그 길에는 풀이 더 있고 사람이 걸은 자취가 적어,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고 나는 생각했었던 게지요. 그 길을 걸으므로, 그 길도 거의 같아질 것이지만. 그 날 아침 두 길에는 낙엽을 밟은 자취는 없었습니다. 아, 나는 다음 날을 위하여 한 길은 남겨 두었습니다. 길은 길에 연하여 끝없으므로 내가 다시 돌아올 것을 의심하면서……. 훗날에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면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2008. 3. 3.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한그루 나무를 보라바람부는 날에는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꽃 피는 날이 있따면어찌 꽃지는 날이 없으랴온 세상을 뒤짚는 바람에도흔들리지 않는 뿌리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달빛을 건지리라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침묵으로참묵으로 깊은 강을 건너가는한 그루 나무를 보라.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 이외수 2006. 10. 30.
가을이다, 가을, 미안 시리게 꾸욱꾸욱 찔러대는 하늘에 눈 가을이라 높은 만큼 크게도 울리는 마음 가득 살벌한 빛발 벽이 높은 데 슬픔처럼 뚫린 창 닿고는, 닿고는 싶어도 목이 긴 사슴 하나 흐려진 큰 눈 가득이 담긴 내가 애써 등진 창, 가을 하늘이 쏘아 본다. 2004. 8.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