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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젊었을 때의 동경을 믿음으로...

by 앎의나무 2007. 1. 25.
젊었을 때 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우정이나
항구적인 감동 같은, 그들이 줄 수 있는 것 이상을
요구했다. 이제 나는 그들이 줄 수 있는 것보다 적게
요구할 수 있다. 가령 아무말 없이 같이 있어 주는것.
그리하여 그들의 감동, 우정, 고상한 행동이 내 눈에
그 기적같은 가치를 온통 다 간직하게 되는 것이다.
은총의 완전한 효과... - 알베르 카뮈,'최초의 인간'

세상 모든 것이 세월에 물들 듯 우정도 나이를 먹는다.
같은 꿈을 지녔다며, 가치관이 통한다며 짐짓 비장하게
벗을 맺었던 스무살의 그들은 희미하게 시간의 주름 속에
스며든다. 미숙하여 더 뜨겁던 꿈들도 벗어던지고,
의기양양 메달처럼 내걸고 다니던 가치관도 다 잊고,
그렇게 오랜 시간 신뢰만 조용히 굳어갈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세월이 가져다주는 축복이 아닐까?
아무것 묻지 않고도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많은 것을 알지 않고도 온전히 믿을 수 있는 벗.
친구라는 은총!
침묵은 모든 것을 말해줄 수 있다. 침묵은 가장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있다. 침묵은 가장 강력한 메세지를
전할 수 있다. 그리고 침묵이 빚어내는 이 놀라운 언어는
오랜 세월 잘 익어간 나와 너 '사이'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 홍윤희/연구공간 '수유+너머'
(경향신문 04/06/18일자 손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