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 불법매매 사실도 누가 했느냐에 따라 언론보도의 기준이 달라졌다. 또한 <피디수첩>을 비난하기 위해 부정확한 사실을 끌어들여 보도하기도 했다. 이번 사태가 ‘스타 피디와 노조위원장 출신의 책임프로듀서의 과욕’ 때문이라고 보도한 신문도 있었다. 과학적 연구의 윤리 문제를 검증하겠다고 하면서 취재윤리를 어긴 <피디수첩>이나, <피디수첩>을 비판하기 위해 언론윤리를 무시한 언론의 문제를 짚어본다.
‘난자 매매’에 대한 잣대 이중적
난자매매 브로커 일당이 적발된 다음날인 11월7일 <중앙일보>는 ‘난자매매 첫 적발 일본에까지 밀거래 충격’이란 기사에서 “난자 채취 후 나타나는 ‘난소과자극 증후군’에 대해서 ‘2~3주 동안 복통이 심해 거동조차 할 수 없다”며 “생명윤리 짓밟는 난자 불법 매매’란 기사에서는 ‘심한 경우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앙일보> 지면에서 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던 지적은 황우석 연구와 관련해, ‘난소과자극 증후군’은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좋아진다”고 보름 만에 달라졌다. “여성의 자궁을 상품화했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던 질타도 난자매매와 관련해 “황 교수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1월7일치 기사에서 “돈은 가깝고 법은 멀다”며 난자매매와 관련한 법의 부실함을 비판하다가, 22일 황 교수팀의 난자매매 사실에 대해 “한국적 정서 대 서구윤리 충돌”이라고 보도했다.
‘황교수 휘청하는 사이…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
<조선일보>는 6일치 4면 ‘황교수 휘청하는 사이…세계 첫 논문 일에 선수 뺏겨’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황우석 교수팀이 <피디수첩>의 협박·회유 취재에 시달리는 사이 일본이 줄기세포 관련 분야에서 또 다른 세계 최초의 연구논문을 발표했다”며 “5일 황 교수팀에 따르면 황 교수팀은 최근 개의 자연교배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했으나 최근 연구가 외적인 요인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진행되지 못해 논문을 게재하지 못했다”는 내용이었다.
<피디수첩>의 취재 때문에 일본 연구팀보다 앞서 황 교수팀의 연구가 차질을 빚어 일본에 선두를 빼앗겼다는 논조였다. 일본 오사카 현립대 연구팀이 자연교배로 얻은 수정란에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데 성공한 사실은 지난달 16일 국제학술지 <분자재생 및 발달>에 실렸다. 애초 이 논문은 지난 5월29일 제출된 상태였고, 8월22일 인정을 받았다. <피디수첩>이 취재에 나선 것은 황 교수팀의 줄기세포 관련해 “6월에서 10월 사이 여러 차례 받은 제보”에서 비롯됐다. <피디수첩>이 취재를 나선 시점은 일본 연구팀이 이미 국제학술지에 줄기세포 배양 논문을 제출한 뒤다.
사실왜곡으로 다른 언론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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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6일치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은 ‘보통사람들에 대한 마녀사냥’이란 칼럼에서 <한겨레>가 “<피디수첩>보도를 옹호하고 나아가 황우석 깎아내리기에 동조했다”고 비판했다. 그 근거로 “<한겨레>가 <문화방송>의 사과가 있기 전 <피디수첩>의 내용이 상당부분 사실로 확인됐다’며 <피디수첩>에 대한 공격을 마녀사냥식 공격으로 못 박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대중 고문의 주장과 달리 ‘피디수첩’이 지난달 22일 황우석 교수 연구팀이 연구원 난자를 사용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뒤, 황 교수는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내용이 사실임을 밝혔다. 당시 모든 언론사가 이 내용을 보도했고, <조선일보> 역시 윤리 논란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는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는 이에 앞서 11월21일치 사설에서는 “연구에 쓰인 난자의 제공자들에게 보상금을 준 사실이 드러난 것은 커다란 타격”이라며 연구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 썼다. 이런 논조도 일주일을 넘기지 않아 바뀌기는 했으나, 당시만 하더라도 <조선일보>는 <피디수첩>보다 앞서 윤리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남의 실수는 ‘뻥튀기’
언론윤리를 저버린 <피디수첩>의 비상식적인 취재태도가 <와이티엔> 인터뷰로 드러나기 이전에도 다수의 언론은 난자를 이용한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윤리문제를 보도한 피디수첩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았다. 매매난자 사용과 연구원 난자 사용에 대해 황 교수의 시인과 대국민사과가 있은 뒤에도, 다수의 언론은 “황 교수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도했다. <피디수첩> 보도 이틀 뒤, ‘PD수첩 짜집기로 진실 왜곡’(중앙일보), ‘황 교수 연구실 가기도 싫다지만… 시민격려는 쇄도’(조선일보) 등 보도가 나왔다. 이어 황 교수가 <피디수첩>이 제기한 난자매매 사실을 시인한 뒤, 언론들은 “연구에만 집념하겠다” “백의종군 하겠다”는 황 교수의 해명을 제목으로 뽑았다. 특히 <조선일보>는 지난달 25일치 사설에서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한 의사도 자기 가족에게 접종을 해봤고, 식중독균을 밝혀내려고 균이 든 케이크를 나눠 먹은 의사들도 있다”고 황 교수팀의 연구원 난자 사용을 옹호했다.
하지만 <피디수첩>의 취재윤리 위반이 드러나고 ‘국민적 영웅’ 황우석 교수에 대한 범국민적 응원이 거대한 파도로 밀려오는 가운데, <피디수첩>을 비판하느라 언론의 기본준칙을 무시한 나머지 언론들의 문제점은 가려졌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이승경 기자 ya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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