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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훈민정음 창제목적

by 앎의나무 2011. 12. 13.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50111213090453&section=04

프레시안 기사 중에서 훈민정음 창제 후 제일 먼저 나온 결과물이 용비어천가이므로, 신문자의 목적이 왕조의 정당성을 홍보에 봉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걸 읽었다.
내 생각에 이는 어불성설이거나, 최소한 본말이 전도된 해석이다.

신문자 창제 후 가장 먼저 착수하고 가장 오래 공을 들인 일이 운회의 번역이다.  
즉  고금운회거요라는 중국의 운서에 반절법 대신 한글을 이용해 발음기호를 다는 작업이었다.
그 결과가 동국정운이다. 
십중팔구, 정광 교수(현 고려대 명예교수)의 주장대로 훈민정음의 창제의 제1 동기는 한자 발음의 교정을 위한 발음기호의 고안일 터이다. 
이후 표음 문자의 특성을 사람들이 이해하고 응용하면서 우리말 표현에까지 확장된 것이라고 보는 것이 가장 개연성 높은 역사의 재구성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용비어천가는 원본 훈민정음 간행 이전에 신문자로 기록되었다.
원본 훈민정음은 신문자의 제자원리나 사용법 등을 공식적으로 설명한 책이다.
따라서 1443년 신문자 창제와 1446 원본 훈민정음 간행 사이에 행해진 일들은 신문자를 가지고 이것저것 다양하게 시도해 본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것들을 가지고 내용을 정리하고 뺄건 빼고 더할 건 더해서 원본 훈민정음을 간행한 것일 터이기 때문이다.

용비어천가가 최초의 한글 문헌이라는 사실을 신문자 창제 목적을 추정하는 결정적 단서로 이용할 수는 없다. 
그런 논리라면, 결과보다는 착수가 더 중요한 것일 테고, 신문자로 착수한 최초의 사업은 운회의 번역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