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의 테마 선택

학생의 첫 번째 욕망은 많은 것을 말하는 논문을 작성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학생이 문학에 관심이 있다면 그의 첫 번째 충동은 <오늘날의 문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쓰고자 하는 것이다. 테마를 제한해야 한다면 <2차 대전 이후부터 1960년대까지의 이탈리아 문학>이라는 제목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그것은 아주 위험한 논문이다.

학생은 심사위원들이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이해를 할 수가 없다. 지나친 파노라마식 논문은 언제나 자만심의 행위가 되곤 한다. ... 단테는 볼품없는 시인이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300여 페이지에 걸쳐 단테의 텍스트에 대한 치밀한 분석을 한 다음에야 그렇게 말해야 한다. 파노라마식 논문에서는 그러한 논증을 할 수 없다.

분야 전반에 대한 파노라마식 논문으로는, 학생은 가능한 모든 반박 앞에 노출되는 것이다. ... 심사위원마다 목차를 살펴보고 두세 개의 누락을 발견하기만 하면, 학생은 빗발치는 비난의 표적이 되고 그의 논문은 다만 산만한 목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바대로 만약 학생이 아주 구체적인 테마에 대해 진지하게 논구했다면, 대부분의 심사위원들이 모르는 소재를 다루는 것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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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중요한 문제를 명료하게 깨달았다고 단순하게 가정해 보자. 완전히 무에서 탄생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로, 학생은 분명 누군가 다른 저자의 영향하에서 자신의 사상을 정교화했을 것이다. 
훌륭한 실험 연구자라면, 먼저 최소한 파노라마적 작업(이미 이루어진 유사한 연구에 대한 조사)을 하지 않는 경우, 자기 실험 대상의 반응 확인 작업을 시작하지 않는다.

논문 잘 쓰는 방법/ 움베르토 에코, 김운찬 역, 2장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