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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Ecolize

펌/ [기자메모]뉴딜의 근본정신 모르는 이명박 정부

by 앎의나무 2008. 12. 14.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은 지난 10일 4대강 정비사업을 일컬어 “한국판 뉴딜 정책”이라고 했다. 한반도 대운하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다. 전문가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뉴딜은 제도를 바꾸고 효율성을 높이는 데 역점을 둔 것이지, 토목공사를 하자는 게 아니다”(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4대강 개발을 한국판 뉴딜이라고 하는 건 너무 과장된 표현”(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청와대는 섭섭할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내놓은 인프라 건설계획은 ‘신 뉴딜’이라고 불러주면서, 왜 4대강 정비사업은 뉴딜로 인정하지 않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뉴딜의 뿌리를 짚어볼 일이다.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추진한 뉴딜의 핵심은 테네시강 유역에서 벌인 토목공사가 아니다.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자유방임적 경제를 수정하고, 사회보장 및 노동자 권익 보호 시스템을 확립한 것이 뼈대다. 루스벨트는 1933년 농업조정법을 만들어 농민을 지원하고, 연방임시구제국을 세워 지방정부의 빈곤층 구제를 연방정부가 돕도록 했다. 1935년에는 실업보험과 노령자부양보험 등을 담은 사회보장법과 노동조합 운동을 보장하는 전국노동관계법을 제정했다. 뉴딜의 영향으로 미국은 소득불평등이 줄어든 중산층 중심의 사회로 변모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에 따르면, 70년대 이후 미국 사회가 다시 양극화한 것은 뉴딜의 성과를 무산시키려는 급진적 우파가 득세하면서 노조를 공격하고 부자들의 세금을 줄여줬기 때문이다. 최근 오바마가 밝힌 ‘신 뉴딜’ 역시 환경·에너지·교육·의료 등의 인프라 개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 ‘토목 뉴딜’로 보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는 부자에겐 종합부동산세를 깎아주면서, 가난한 이들에겐 최저임금을 깎겠다고 한다. 뉴딜의 근본정신에 무지한 (혹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이 정부는 뉴딜을 말할 자격이 없다. “한국판 뉴딜” 운운하다가는 무덤 속의 루스벨트가 벌떡 일어날지도 모른다.

<김민아|국제부> 2008년 12월 12일(금) 오후 5:56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