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고려대 언어학과 대학원 초대로 김진우 미국 일리노이대 언어학과 명예교수의 특강이 있어서 다녀왔다. 의외로 주제는 친숙한 것이었다. 공시태의 관점에서 언어를 관찰해 오셨던 분의 강의였던 만큼 다양한 공시적 근거들을 들며 청각적 지각의 명쾌함을 유지하는 것이언어에서 매우 중요함을 이야기했다.
역사적 사실에 튼튼히 기초하지 않았기 때문에 본 블로거에게 몇몇 예들은 심드렁했지만, 청자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인지적이고 심리학적 이론과 실험자료를 근거로 대시는 선생님을 보면서, 서서히 학문의 패러다임이 합리론에서 경험론으로 이동해가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언어학으로 보자면 점차 형식주의에서 기능주의로, 특히 인지적 기능주의로 언어학의 패러다임이 옮겨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인간 경험에 대한 인지 능력은, 그 경험을 추려서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런 결과물로 나오는 경험의 구조물이, 수열이나 전자기장이나 핵장이나 입자의 운동처럼 정해진 자연의 섭리를 따른다고 생각하지 말라. 인간이 정의와 아름다움과 완전함을 사랑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경제 이론은 매번 번복되고 업그레이드 되며, 부동산 정책은 항상 실패하고, 잔인한 범죄는 점점 늘어나는 것인가? 인간은 그에 못지 않게 자유와 변화도 추구한다.
그런 인간들이 만들어 낸, <사회 속에 존재하는 언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언어 역시 인지적 활동의 결과물이다.
언어 규범론자들은 스스로, 세상은 내가 아는 어떤 것을 따라서 정해져 있다고 믿는 파시즘이 있는 것은 아닌가, 혹은 반대로, 착하고 말을 잘 듣기만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믿는 어린 아이의 꿈을 간직한, 파시즘의 추종자는 아닌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인간이 관련되는 한, 정해지고 완전한 무엇에 대한 약속은 未望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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