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t cetera

[본문스크랩] 정 광 교수 정년 퇴임 인터뷰

by 앎의나무 2006. 4. 16.

http://www.kunews.ac.kr/news/read.php?idxno=7311&rsec=S1N7

"책이 학생의 배움터"
[퇴임교수 인터뷰] 정광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인지 기자 injee@kunews.ac.kr

△국어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고등학교 때 국어선생님이 좋으신 분이었다. 일제시대 때에는 국어연구가 독립운동의 일환이었기 때문에 국어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그래서 그 당시에는 공부 잘하는 사람들이 국어를 많이 공부했다.

△국어학 강의를 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무엇인가.
-언어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공부하는 부분이 어디에 속하는지 알아야 한다. 일리노이 대학에서 강의할 때 언어학사(史)는 학부생들이 공부하도록 돼있었다. 미국으로 유학 온 사람들은 학부강의를 듣지 않기 때문에 언어학사를 수강하지 않는다. 따라서 미국에서 공부하고 온 학자들이 언어학사를 모른다. 그리고 자기가 배운 촘스키 이론 같은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어느 대학이 촘스키 이론을 학부에서 가르치는가. 촘스키 이론은 언어학의 일부일 뿐이다.

그것 외에도 더욱 좋은 언어연구들이 있다. 예를 들어 명사, 동사가 왜 태어났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적다. 플라톤이 명사, 동사를 만들고 아리스토텔레스가 접속사를, 스토아학파가 조사를 만들었다. 이러한 기본적인 것을 모르는 것은 언어학사적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우리 국어학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어학사가 왜 중요한지 모르기 때문에 국어학사적 지식이 없다. 국어학사를 모르고 선생님이 하는 것만 따라하고 논문을 조금 바꿔서 발표할 뿐이다. 그래서는 발전이 없다.

정광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어학은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나는 국어학이 쉬웠다. 객관적인 사실이 나오지 않는가. 그래서 오히려 쉽다. 애매모호한 것은 싫다.

우리나라는 문법에 대한 인식이 잘못돼 있다. 지식은 단편적인 것이고 학문은 체계적인 것이다. 대학에서의 문법은 지식이 아니다. 따라서 국어학을 하려면 앞 뒤 영향관계를 다 알아야 한다. 문법도 그렇게 가르쳐야 ‘아, 그렇구나’할텐데 지식만 가르치니 재미가 없을 수 밖에. 그러나 그 사실을 아는 교수가 없다. 국어학이 힘들다고 하는 것은 다 교수가 재미없게 가르치기 때문이다. 나도 대학에서 국어학 강의를 들었으면 안했을지도 모른다(웃음). <국어학사>를 다시 쓰는 이유도 그것이다. 재미가 없어서.

△수업시간에 문학을 알려면 국어학을 잘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던데 왜 그런가.
-문학은 국어학 속에 포함돼 있다. 언어의 마지막 문예적 표현이 문학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어학이 시, 소설 문학 활동을 이해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특히 고전작품을 읽으려면 해독을 먼저 해야 하지 않는가. 향가는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많은 가설이 나오는 것이다. 어학적인 접근을 해야 이런 부분들을 해결할 수 있다.

△외국에 초청 강사로도 다녀왔는데 외국에서의 한국학은 어떤 상태인가.
-한국학을 연구하는 인적자원이 부족하다. 중국에서는 5년 사이에 25개 대학에서 한국학 강의가 설치됐으나 관련 교수가 부족하다. 관심은 급성장했는데 인적자원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학생들이 공부를 안해서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미리미리 준비했어야 했다. 내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영어와 일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각국에 가서 그 나라말로 우리가 연구한 것, 즉 한국학을 소개하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교수 재직 시기를 돌이켜 볼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처음에는 언어학과 교수였다. 국문과에 교수가 부족해서 국문과로 옮기게 됐는데 그 때 언어학과 학생들이 통로를 막고 주저앉아 “선생님 못 가십니다”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언어학과 학생들에게 미안하다(웃음).

△앞으로 국어학이 더욱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국어학을 확대해서 생각해야 한다. 음운, 문법 연구가 국어학의 전부가 아니다. 그 이상의 것을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어 구조가 알고 싶다면 세계 언어구조를 알아야 한다. 또 한국어가 우수하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세계 언어와 문자를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비교가 되고 주장이 설득력있을 것 아닌가. 따라서 다른 언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필요하다. 이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꾸준히 노력해야 굉장한 학자라고 인정받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고려 말에는 각 관청에서 가르치는 10개의 학문, 십학이 있었다. 그 중 역학은 외국어를 학습하고 비교하는 집중적인 언어교육이었다. 그런데 예전에 고대 도서관에서 역학에서 사용한 만주어 시험 답안지가 발견돼 신문에 났었다. 이를 통해 옛날의 외국어 연구, 시험방법을 알 수 있다.

고려대 박물관에는 외국어 교과서를 목판으로 찍어내는 목판이 있다. 언어는 변천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과서는 계속 바뀌어야 한다. 그런데 교과서 전체를 다 바꾸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그러므로 달라진 글자만 파서 새로운 글자를 넣는다. 이 때문에 이본이 생기는 것인데, 어느 글자가 달라졌는지 알려면 많은 이본들을 뒤져야 한다. 그러나 목판을 보면 어느 글자가 바뀌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내가 이것을 전부 닦아 <사역원책판연구>라는 책을 냈고, 이는 100대 국어학 자료에 들어갔다.

이처럼 국어학을 공부하려면 저변학문에 대한 지식이 우선돼야 한다. 내가 고려대학교 교수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일들을 못했을 것이다. 좋은 책과 자료가 많은데 다 보지 못하고 나온 것이 아쉽다. 그래서 애제자들에게 “보물을 뒤져라”, “고려대학교의 보물을 최대한 활용해라”라고 말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 달라

-일본에서 교수를 할까, 한국에서 교수를 할까 고민 중이다. 교수생활은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할 생각이다. 작년에 책 4권을 냈는데 금년에도 두어권을 더 쓸 생각이다. 작년에 일본에서 낸 <조선이두사전>이 반응이 좋아 나온지 한달도 안 돼 개정판을 만들고 있다. 일본어도 한자를 빌려다 만든 것으로 발상이 이두와 비슷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은 듯하다. 이것을 내기 위해 한 10년을 연구했다. 또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교재로 사용했던 <국어학사>를 다시 쓸 예정이다.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되도록 폭넓게 공부해라. 전공은 대학원에서 정해도 된다. 학부생 때는 수많은 책을 읽는 것이 좋다. 공부하는 곳은 강의실이 아니라 책이다. 나는 4.19세대인데 ‘휴강했기 때문에 공부했다’라는 말도 있었다.

나는 강의 첫 시간에 항상 학생들이 갖고 있는 지식을 깨부수도록 노력한다. 자기가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스스로 공부하기 때문이다. 내가 기존 지식을 가르치는 것은 개설시간 뿐이다.

2006년 03월 20일

'et ceter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링크스크랩] 'MP3 악영향' 실험방송에 시청자 문의 빗발  (0) 2006.04.18
--;  (0) 2006.04.16
뭐든  (0) 2006.04.11
  (0) 2006.04.10
1993, 한국시리즈.  (0) 2006.04.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