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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유표성, 유표규약

by 앎의나무 2008. 3. 3.

  언어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는 유표적인 것과 무표적인 것의 구분이다. Roman Jakobson이 제안한 것처럼, 더욱 marked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의 차이는 형태적으로 구분이 된다. 그러니까 인간의 인지체계는 세계를 범주화하여 거기에 언어형식을 붙일 때, 일반적인 것과 덜 일반적인 것의 차이를 덜 일반적인 것 즉 유표적인 것에 뭔가 표지를 더 달아 나타내었다. '형제'와 '여자형제', '왕'과 '여왕' 등이 그러한 예이다. 이 두 쌍들의 구분은 한쪽에 '여성'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그것을 첨가해 주는 방법을 통해 이뤄졌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둘을 구분해주는 것은 '여성'이라는 특성이다. 이 특성이 유표적인 것이 된다. 야콥슨을 예로 든 것에서 알 수 있었겠지만, 이러한 발견은 구조주의 시대의 음운론에서부터 생긴 것이다.

  음운의 체계를 기술하거나, 음운규칙을 기술할 때 유표적인 것만 잡아서 표기해 주면 된다. 가령 모음 /o/와 /u/는 모든 자질이 갖고, 하나가 /u/가 /+high/, /o/가 /-high/인 사실로만 구분이 된다. 이 경우 다른 자질을 모두 명세할 필요 없이 높낮이 자질만으로 둘을 구분할 수 있다. 그럼 모든 모음을 비교할 때, 그 기준이 되는 음의 설정이 문제가 되는데, 가장 모음성이 강한 /a/를 가장 무표적인 음으로 설정하여 /a/의 모든 자질을 무표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모음이 /a/와 얼마나 다르냐가 그 음이 얼마나 유표적인 것이냐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유표적이다는 것은 더욱 복잡하다는 뜻이 된다. 그럼 /o/는 /a/와 원순성, 높낮이이라는 두 자질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2개의 자질이 유표적이다. 이 경우 /o/의 복잡도를 2로 둘 수 있다.

  또 예를 들면 유성음들은 유성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유표적이지만, 무성음들은 이 성분을 함유하지 않으므로 무표적이다. 이 둘의 차이는 '유성성'에 의해 생기는 것이며 따라서 자연성에 있어서 유성음이 더 복잡한 음이 된다. 실제로 무성음이 없는 언어는 없지만 유성음이 비변별적인 언어는 있다. 고대 영어나, 현재의 한국어가 그러한 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