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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황석영4

다른 길 헤어지며 다음을 약속해도 다시 만났을 때는 각자가 이미 그때의 자기가 아니다. 이제 출발하고 작별하는 자는 누구나 지금까지 왔던 길과는 다른 길을 갈 것이다. 그렇다고 불확실한 세계에 대한 두려움도 없었으며 살아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따위의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다, 대위의 말대로 사람은 누구나 오늘을 사는 거니까. 13. 준 2009. 3. 23.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비어 있는 서쪽 하늘에 지고 있는 초승달 옆에 밝은 별 하나가 떠 있었다. 그가 덧붙였다. 잘 나갈 때는 샛별, 저렇게 우리처럼 쏠리고 몰릴 때면 개밥바라기. 나는 어쩐지 쓸쓸하고 예쁜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13. 준 2009. 3. 23.
어쩐지 후련했다 그러고는 손을 쳐들며 뒷걸음으로 몇 발짝 물러났다.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그 자식은 뒤로 돌아서더니 신문배달 소년처럼 멈추지도 않고 휭하니 달려가 버렸다. 나는 갑자기 낯선 고장에 내던져진 것 같았다. 가만 있어봐, 여기가 어디였지? 몇 번을 두리번거리다가 천천히 걸었다. 가슴에서부터 목구멍으로 울컥하더니 뺨에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다. 나는 입을 크게 벌리고 허공을 향하여 큰숨을 내쉬다가, 소리를 내어 울다가 하면서 걸었다. 어쩐지 후련했다. 12. 미아 2009. 3. 23.
바리데기 스스로 살아갈 의지가 있어야지. 그래야 남들도 믿고 도와주지. 불행과 고통은 우리가 이미 저질러 놓은 것이 나타나는 거야. 우리에게 훌륭한 인생을 살아가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우여곡절이 나타나는 거야. 그러니 이겨내야 하고 마땅히 생의 아름다움을 누리고 살아야 한다. 나는 슬퍼서 살 수가 없어, 제발 나를 위로해줘. 바리야 괜찮아 너는 잘해낼 거야. 칠성이는 그렇게 마음의 말을 남기고 앞장서서 뛰어간다. 나도 그 뒤를 따라 하얀 길을 미끄러지듯 간다. 2008.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