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베르베르의 나무,
난 지금 이런 기분이 정말 좋아, 창밖으로는 눈이 차분히 내리고, 창안의 이 공간은 밝고 아늑하며 조용한 음악이 있지, 곰팡이가 슨 녹차잎을 우려 마셨더니 식중독에 걸리더라, 일종의 발효품인 녹차임에도 풀구하고! 그러나, 며칠 앓고 다시 본 세상은 역시나 아름답다, 언제나 앓고 난 뒤의 세상은 아름다웠어, 한 번도 예외가 없지, 김남조 시인의 어느 싯귀엔가 등장하는, 채송화 다발들이 일깨워 주는 것과 비슷한 것을 오늘 나에게 하늘에서 내리는 눈이 일깨워 준다, 베르나르는, 장편보다는 단편을 잘 쓰는 작가인지도 몰라, 나무는 단편들 가운데 한 편의 제목이면서 이 단편들을 모은 책의 한국판 제목이기도 한데, 나무를 전체 제목으로 정한 건 좀 의외이긴 했어, 한편한편 마치 미지의 공간으로 통하는 문 같아서, ..
2004.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