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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그러니까'의 두 가지 의미의 발달

by 앎의나무 2006. 8. 13.

'그러니까'는 2006년 현재,최소 두 가지 다른 용법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그러니까' 앞뒤의 문장이 나타내는 상황이 논리 진행 상선후 혹은 인과관계에 있음을 밝혀주는 용법이다. 이 경우 [그러므로]와 의미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 때 나는 집에 없었어. 그러니까 화분에 물을 줄 수 없었지"

다른 하나는 '그러니까' 뒤의 문장이 나타내는 바가, 앞의 문장을 통해 화자가 의도하는 바와 같음을 밝혀주면서, 다르게 (흔히는 더 쉽게) 다시 설명하는 것임을 밝혀주는 용법이다. 이 경우 [곧, 즉, 다시말해]와 의미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열역학 제 2 법칙에 따르면 선풍기를 트는 것은 결코 더위를 피하는 방법이 되지 않지. 그러니까 (내 말은)바람을 일으켜 피부의 땀을 증발시키면서 체온을 낮추어도, 선풍기 모터를 돌리는 데에서 나오는 열로 다시 그리고 더 많이 더위를 느끼게 된다는거지"

인지적인 관점과 문법화 이론의 관점에서

첫번째 용법에서 두번째 용법이 발달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인지적으로 관찰/예상 가능한 현상이나 사건의 앞뒤 관계를 표시하는 데 쓰이던 '그러니까'의 의미가 '상세화, 재언'로 확장된 과정은 다음과 같이 가정해 볼 수 있다.

어떤 인과/선후 관계는 그 둘 사이의 논리적, 실제적 거리가 '화자'와는 달리 '청자'에겐 인지적으로 구분이 어려울 수 있다. ─인과관계에 따른 설명에서 두 사건의 논리적 거리가 가까울수록 좋지 않은 논증이 된다. 극단적인 경우는 순환론이다─ 이 경우엔 결국 같은 내용을 좀 더 논리적 현재와가깝게─즉, 구체적으로─기술하는 것으로 된다. '그러니까' 앞의 발화의 화행의미를 '그러니까' 뒤에서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주는 것으로 이해하게되는 이러한맥락의 일반화는 '그러니까'의 두 번째 용법을 탄생시킨다.

"'ㅣ' 모음 앞에서 일어난 'ㄷ'의 구개음화는 파찰음화를 동반했다. 그러니까, '디'와 '지'는 구분되지 않았다"

위의 예를 보면, (물론 완벽한 인과관계는 아니지만) 이해가 될 것이다. '그러니까' 앞뒤의 두 상황은 추상적인 논리적 상황으로 보면 인과관계라고 볼 수 있지만,현실적으로는 '그러니까' 앞뒤 문장의 외연은 동일하다. 다만뒤 문장이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에 가깝다는 차이만이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