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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Review : {왜}의 화용 기능 (김영란, 「한국어 의미학」6, 2000.)

by 앎의나무 2008. 4. 24.

의미론 공부모임, 2007-4-13, 김현주 발제

비평 : {왜}의 화용 기능 (김영란, 「한국어 의미학」6, 2000.)


 Ⅰ 들어가며

1. 이 논문은 소위 의문사 “왜”가 실제 담화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를, 즉 ‘왜’를 사용하여 화자가 청자에게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살피는 연구이다. 논문 제목에 ‘화용’ (pragmatic)이 쓰인 이유는 그러하다.

2. 저자는 담화의 분석을 통해 “왜”를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와 그에 따른 청자의 반응을 분석하여 크게 세 가지로 “왜”의 기능을 분류하고 있다. 이 논문은 “왜”의 다양한 의미들의 구조를 파악하고 기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3. 그러므로 이 논문은 저자도 시인하였듯이 “왜”의 의미들이 그런 구조를 가지게 된 이유나 과정에 대한 설명은 못하였다. 실상 어떤 결과 상태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고서는 그런 결과가 나타나게 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살필 수 없다. 언어는 그 속성상 변화를 추적하여 재구할 수는 있지만 쉽사리 예측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Keller 1994, On the Language Change). 과정에 대한 설명은 필연적으로 결과에 대한 적절한 기술(記述)을 전제한다.


Ⅱ 요약 : “왜”의 세 가지 화용 기능

1. 이유에 대한 정보 요구

 “왜”가 쓰인 의문문은 인과관계 구성으로 되어 있고, 결과(因)는 질문 자체에 문장으로 나타난다(고성환 1987: 124-5). “왜”의 기본적 의미이다. 이는 빈도로도 증명된다.

 ‘이유에 대한 정보 요구’을 지니는 “왜”는, 화자와 청자의 인지 과정과 절차를 보여주는 결속구조적(cohesion) 장치와 함께 쓰인다. 아래가 그런 결속 구조들이다.


1) “왜”를 “어째서”나 “이유” 등을 이용한 다른 표현과 대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화자가 ‘정보 요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4) ~ (5)

 2) “알다, 모르다, 궁금하다” 등 함께 출현하는 동사를 통해서도 화자가 ‘정보 요구’를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 (6) ~ (8)

 3) “때문, ~어서, ~니까, 그래서” 등 청자의 대답에 사용되는 표현을 통해서도 이때 화자가 ‘정보 요구’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9) ~ (12)

 4) “묻다, 대답하다, 물음, 대답” 등의 표현을 통해서도 화자가 ‘정보 요구’를 하고 있음이 드러난다. → (13) ~ (14)


☆ 도식 : (상황)→(이유에 대한 정보 요구)→(대답)


2. 행위나 상태 변화 요구

 “왜”를 사용하여 청자의 행위나 상태가 변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 이는“의문제기”가 좀더 강압적으로 수행된 “따지고 추궁하기”라는 “왜”가 가지는 확대의미와 관련이 된다. “따짐·추궁”은 청자의 행위나 상태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는 표시이다. 화자는 자신이 불만을 표시한 행위나 상태가 변화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불만의 대상은 “왜”가 들어간 문장으로 드러난다.] 화자의 요구는 대답이 아니라 청자의 변화이다. 청자는 이유에 대한 정보를 탐색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행위나 상태 변화를 요구하는 기능의 “왜”는 “강제성”과 관련하여 다시 둘로 나뉜다.


1) 적극적 요구 : 금지 → (17), 명령 → (18) , 요청 → (19) : 금지를 하는 경우가 명령을 하는 경우보다 강제성이 많고, 명령을 하는 경우가 요청을 하는 경우보다 강제성이 많다. 금지는 “왜”와 함께 긍정문을 발화하고, “명령, 요청”은 부정문을 발화한다. 이런 차이는 “왜”로 “상태 변화 요구”를 하기 때문이다.


☆ 도식 : (상황)→(적극적인 행위나 상태 변화 요구)→(행위나 상태의 변화)


 2) 소극적 요구 : 비난·원망·한탄 → (20) ~ (22) : 자신이 바라는 행위나 상태를 상정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기존의 견해인 “감탄”이라기보다는 상태 변화 요구로 봄이 타당하다. 강제적 의도가 없고, 상황이 변할 가능성이 없는 경우가 많으며, 청자가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청자가 화자의 요구를 수용할 필요도 없다.


☆ 도식 : (상황)→(소극적인 행위나 상태 변화 요구)→(행위나 상태의 변화)


3. 개념 활성화 요구

 화자는 담화에서 드러나는 청자의 인지태도나 인지결과에 의문을 품고 “왜”를 사용하여 그것을 부정하거나 확인함으로써 청자가 관련 개념을 활성화시킬 수 있게 한다. 화자의 요구는 대답이 아니므로 청자는 이유에 대한 정보 탐색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앞의 두 기능과 달리 청자의 머릿속 작용을 요구하는 것으로 더욱 확대된 “왜”의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개념 활성화 요구는 “부정”과 “확인”으로 나뉜다.


 1) 부정 : “왜”의 부정의 기능은 아래의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으나 반어적 진술이 선행 발화의 부정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둘의 경계는 모호하다.

  ㄱ) 선행 발화 부정 : “왜”가 발화 앞에 나오고 “아니”로 대체가능하다. (23)

  ㄴ) 반어적 진술을 구성하여 부정하는 것 : “왜”의 위치가 자유롭다. (24)가 전형적이다.


☆ 도식 : (상황)→(부정)…(진술)→(개념 활성화) ; (부정)이 다 (진술)되는 것은 아니다.


2) 확인 : “왜”를 사용하여 청자가 가지고 있는 개념 가운데 화자가 진술하고자 하는 내용과 관련되는 개념을 청자가 활성화시키도록 유도한다. 확인할 정보의 앞 or 뒤에 쓰인다.


☆ 도식 : (상황)→(확인)→(진술)→(개념 활성화) ; (확인)은 (진술)과 함께한다.


Ⅲ 코멘트

1. ‘정보요구’를 “왜”의 기본 기능이라고 이야기하며 근거로 그 기능이 가장 고빈도임을 들고 있는데(2장), ‘기본 기능’이 ‘기본 의미’와 같은 것이라면 타당한 근거는 아닌 듯하다.

2. ‘정보요구’라는 기능은 비화용적(의미론적) 기능과 동일하다. (문장이나 단어 같은) 담화라는 언어 형식에 대한 의미 연구에서 “화용론”과 “의미론”의 구분이 과연 타당한가? 결국 “의미론”에서 다루는 “의미”는 특정한 화용 맥락에서의 의미가 아닌가.

3. 행위나 상태 변화를 요구할 때 쓰이는 “왜”에 대해 청자는 정말로 “이유에 대한 정보탐색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가? → “왜 술을 붓지 않아? : 많이 취했어.”

4. 금지가 명령보다 강제성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

5. <도식 4>는 ‘진술’과 ‘부정’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도식적으로 표현해 주고 있다. 그러나 ‘진술’과 그 진술의 계기가 되는 ‘판단’의 관계 중 그렇지 않은 것이 있는가. 가령 “확인”의 기능을 하는 “왜”에서도 “왜”가 항상 {확인}을 전제하지만 {확인}이 항상 “왜”라는 진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확인을 하는 진술”과 “왜”라는 진술이 항상 같이 올뿐이다. ; “있자나, 왜”, “왜, 전에 봤던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