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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nguistics

김하 사건과 세종의 언어실용정책

by 앎의나무 2008. 3. 4.
세종 086 21/09/12 (정사) 001 / 장령 정지담이 김하에게 죄주기를 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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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령(掌令) 정지담(鄭之澹)이 아뢰기를,
“신 등이 소(疏)를 올려 김하(金何)의 불효한 죄를 청하였사온데, 유윤(兪允)을 받지 못하였으니 깊이 한스럽습니다. 신 등은 생각하기를, 신자(臣子)가 마음을 세우고 몸을 행하는 것이 원래 충효에 불과하고, 인군(人君)이 국가를 유지하는 것도 또한 충효에 벗어나지 않습니다. 전(傳)에 이르기를, ‘충신을 효자의 문(門)에서 구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하가 불효의 죄를 범하였사오니 어찌 성상께 충절을 다하겠습니까. 마땅히 율(律)에 의하여 과죄(科罪)해서 뒤에 오는 사람을 징계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모든 일은 마땅히 대체(大體)를 좇아야 하고 자질구레하고 번잡하게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였다.

 

지담이 다시 아뢰기를,
“이굉(李宏)·황상(黃象)·조윤(趙倫)·이세남(李世南)은 모두 공신의 자손으로서 상중에 간음을 범한 자들이온데 모두 법에 처하였습니다. 지금 하도 역시 이 죄를 범하였사온데 전하께서 너그러운 법을 베풀고자 하시와, 신 등이 반복하여 생각하여 보아도 김하는 팔의(八議)의 사람이 아니온데, 무슨 까닭으로 유독 너그러운 법을 베푸시려 하십니까. 죄는 같은데 벌은 다르오니, 인군(人君)의 상벌(賞罰)의 공평함에 어떠할까 합니다.”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김하의 일은 굉·상 등과는 다르다. 손가락을 꼽아 해산달을 세어 가지고 김하더러 부모에게 불효하였다 하는 것은, 내 뜻에 너무 잘다고 생각된다. 또 풍문(風聞)을 금하는 것은 조종(祖宗)께서 이루어 놓으신 법이고, 내가 지켜 온 지가 오래다. 이 일이 풍문과 같은 것이 아니냐.” 하였다.

 

지담이 아뢰기를,
“요전에 한성부(漢城府)에서 하(何)의 정처(正妻)를 소박한 죄를 논핵하여 본부(本府)에 이문(移文)하였으므로, 인하여 일이 발단되어 본부에서 김하를 추핵(推覈)한 것입니다.

김하가 말하기를, ‘버린 첩에게서 자식 여섯 사람이 있다.’고 하였고, 지금 옥루아(玉樓兒)의 공초(供招)도 김하의 공초와 같사오니, 그 중의 한 사람이 상중에 간음하여 낳은 것이 너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이 일의 발단이 풍문의 유(類)가 아니옵고, 김하의 간음을 범한 것이 또한 애매하여 밝히기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만일 너그러운 법을 베푼다면 뒷사람을 어떻게 징계하시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관기첩(官妓妾)의 소생은 종천(從賤)하는 법이 《육전(六典)》에 실려 있다. 억지로 숭원(崇元)의 아비로 추정(推定)한다면, 이는 법이 일정한 것이 없고, 취모멱자(吹毛覓疵)하는 폐단이 한량이 없을 것이다. 내 뜻이 이미 정하여졌으니 다시는 아뢰지 말라.” 하였다.
 

 

 

 

-취모멱자 [吹毛覓疵] 요약 남의 약점을 악착같이 찾아내려는 야박하고 가혹한 행동을 가리키는 말. (吹 : 불 취 毛 : 털 모 覓 : 찾을 멱 疵 : 흠 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