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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

아이에서 건전한 회의론자로

by 앎의나무 2008. 6. 12.

… 아이작 아시모프는 1986년에 이 점을 다음과 같이 잘 표현했다. “모든 의사擬似 과학의 껍데기 안에는 덮을 담요, 빠는 엄지 손가락, 붙들 치맛자락이 있다.” 많은 사람에게 아동기는 잃어버린 이상향, 확실함과 안전함, 네버랜드로 날아가는 환상, 곰돌이 인형의 품에 안겨 꿈나라로 떠나기 전에 듣던 이야기로 가득 찬 천국이다. 돌이켜보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너무 빨리 지나간 것 같다. 나무 꼭대기 사이로 연처럼 높이 비행기를 태워 주셨던 부모님, 요정과 산타 할아버지, 멀린과 마법주문, 아기 예수와 3인의 동방박사 얘기를 해 준 부모님을 나는 사랑한다. 이 모든 이야기는 어린 시절을 풍요롭게 만들어 기억 속 마법의 시간이 되도록 도와준다.

 

요정, 산타 할아버지, 장난감 … 천사가 없는 어른의 세계는 차갑고 공허한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른의 세계에는 악마, 지옥의 불길, 못된 마녀 … 도깨비가 없다. 물론 곰돌이 인형은 살아 있지 않다. 하지만 어른에게는 따뜻하게 살아 있는, 말하고 생각하는 잠동무가 있어, 그를 안으면 부드러운 인형에 대한 유아적인 애착보다 훨씬 깊은 사랑으로 보상을 받는다.

 

… 성장하면서 비판적 사고가 생기는 것은 아동기의 특징 때문이 아니라 그것에도 불구하고 생기는 것이다. 어린이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압지는 기약 없는 모판으로 나중에 비판 정신이 겨자식물처럼 힘겹게 자랄 토양이다. 어린이의 자동적인 순진함이 어른의 과학적이고 건설적인 회의주의로 대체되어야 한다.

 

… … …

 

사실 엄격한 의미에서 볼 때 어린이가 ‘잘 속고 잘 믿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잘 믿는 사람은 예전에 들은 것과 모순돼도 최근에 들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믿는다. 내가 표현하고자 한 아동기적 특성은 단순한 순진함이 아니라 잘 속는 면과 한번 믿은 것에 대한 완강한 고집이 결합한 복합체다. 즉 초기의 극단적 순진함과 후기의 고집스러운 부동성의 조합이다. 얼마나 위험한 조합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 예수회 단원들의 말이 의미심장하다. “처음 7년만 아이를 나에게 맡겨라, 그러면 인간으로 만들어 주리라.”

"요정의 환상에 현혹됨" <무지개를 풀며> by Richard Daw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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