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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

패배의 기록

by 앎의나무 2008. 3. 28.

ㅡ 나는 나의 패배에 관해서 써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나의 실패는 일종의 희극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깊은 수치의 감정이 이 사건의 희극적인, 그로테스크한 면을 물리치고 있기는 하지만. 나는 한 달 전에 니나를 방문하기 위해서 웬하임에 갔었다. 그리고 나는 수치심을 극복하기 위해서, 아니, 정확히 말해서 내 패배의 정도를 내가 승인할 용기가 생기기까지 한 달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그것에 관해서 기록하는 것은 나에게는 힘든 일이다. 왜냐하면 기록한다는 것은 사정없는 날카로움을 가지고 상기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나 자신을 해방하기 위해서 그것을 해야 한다. 나는 다시는 니나를 만나지 않겠다. 그리고 이 기록과 더불어 내 생의 이 장이 결정적인 종말을 고하게 될 것이다.


루이제 린저, <생의 한가운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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