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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Ecolize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남극 얼음의 해빙 속도

by 앎의나무 2008. 12. 2.
[사이언스 in 뉴스] 그냥 녹는게 아니더라 남극 얼음의 비밀 풀었다
조선일보  기사전송 2008-12-02 06:33 | 최종수정 2008-12-02 11:40 
美 앨리교수팀 연구 결과 발표 붕괴는 ''얼음 속도''와 밀접한 연관 ''빙상'' 이동속도 빠르면 빠를수록 그만큼 균열 빨리 생기고 무너져

지구온난화의 가장 무서운 시나리오는 남극의 얼음이 다 녹아 내리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해수면이 지금보다 60m나 높아지게 된다. 인류가 사는 곳 대부분이 물에 잠기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온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얼음덩어리가 언제, 어떻게 무너질지 예측하는 게 매우 중요해진다. 타이타닉호처럼 침몰은 막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대피할 시간은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남극 얼음덩어리가 어떤 상황에서 더 빨리 무너지는지 밝힌 연구 결과가 발표돼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륙 위 얼음의 이동속도가 관건

남극의 얼음덩어리는 육지 위를 덮고 있는 두께 1000m의 빙상(氷床·ice sheet)과 빙상과 연결돼 있지만 바다 쪽으로 밀려나 있는 300~900m 두께의 빙붕(氷棚·ice shelf), 그리고 아예 빙상에서 떨어져 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산(氷山·iceberg)으로 나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의 리처드 앨리(All ey) 교수 연구진은 지난달 27일 '사이언스(Scie nce)'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컴퓨터 모델로 분석한 결과 빙붕의 붕괴는 모태 격인 대륙의 빙상이 이동하는 속도에 좌우되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남극이나 그린란드의 빙상은 케이크의 빵 위에 덮인 크림처럼 땅 위에 올려져 있다. 빙상이 땅과 맞닿은 부분은 지열 탓에 녹게 된다. 얼음덩어리가 누르는 힘 역시 열을 발생시켜 얼음덩어리를 더 잘 녹게 한다. 살짝 녹은 눈 위에서 사람이 미끄러지듯 빙상도 옆으로 밀려나 바다 위의 빙붕이 된다. 일반적인 빙붕은 수㎞ 정도 바다 쪽으로 밀려나 있지만, 로즈(Rose) 빙붕은 그 거리가 800㎞나 된다.

연구진은 대륙 위에서 얼음덩어리가 미끄러지면서 그 힘에 의해 생기는 균열에 주목했다. 만약 미끄러지는 속도가 느리면 깨진 틈이 빠르게 확산되지 않고 그대로 유지된다. 반면 빙상이 빨리 밀려나면 마치 지진에 의해 도로가 순식간에 갈라지듯 깨진 틈도 그만큼 빨리 균열된다. 그 결과 빙붕이 쪼개져 빙산이 된다. 물론 얼음덩어리의 길이나 두께 같은 다른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컴퓨터 분석에서는 이보다 대륙 위의 얼음덩어리가 이동하는 속도가 빙붕의 붕괴에 몇 배나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로 빙붕 붕괴 가속화

빙붕의 붕괴는 최근의 지구온난화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현상이다. 1995년 남극 대륙 서쪽의 '라센A' 빙붕이 붕괴된 뒤 이어 1998년 근처의 윌킨스 빙붕의 일부가 무너졌다. 가장 극적인 사건은 2002년 초 '라센B' 빙붕(윗면 면적 3250㎢)이 쪼개진 것이다. 30년 만에 최대 규모의 붕괴였다. 지난 3월에는 남극대륙 서부 윌킨스 빙붕에서 서울만한 크기의 빙산이 떨어져 나갔다.

물론 빙붕이 무너지는 것 자체로 반드시 해수면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낮다. 즉 같은 질량에서 부피가 더 크다. 겨울철 장독이 터지는 데서 알 수 있듯 물이 얼면 부피가 늘고, 얼음이 녹으면 반대로 부피가 준다. 바다 위에 떠있는 빙붕이나 빙산이 녹아 물이 돼도 수면 아래 얼음이 차지하고 있던 원래 공간을 채우는 정도여서 수면이 상승하는 일은 없다.

하지만 빙붕이 무너지면서 대륙 쪽에서 더 많은 얼음덩어리가 바다 쪽으로 밀려나게 되면 해수면이 상승할 수 있다. 극지연구소 홍성민 박사는 "자연적으로 생긴 빙붕이나 빙산은 녹아도 문제는 없지만, 지구온난화로 대륙 위의 얼음덩어리가 갑자기 바다로 밀려나면 그 부피만큼 해수면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빙붕 붕괴는 당장 동물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2005년 붕괴된 남극 B-15A 빙붕은 수만 마리의 펭귄이 먹이를 찾던 바닷길을 막아버렸다. 북극에선 북극곰들이 갑작스런 빙붕 붕괴로 바다에 빠져 죽는 일도 발생했다.

세계 각국은 빙붕 붕괴를 미리 알아내기 위해 모태인 대륙 위의 빙상이 어떤 상태인지를 연구하고 있다. 남극 대륙의 동쪽은 땅이 해수면보다 높지만 서쪽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서쪽의 대륙 위 빙상은 일부 바다 위로 솟은 섬들 위에 걸쳐져 있는 매우 불안정한 상태인 것이다. 서쪽에서 빙붕 붕괴가 잦은 것도 그 때문이다. 홍성민 박사는 "2012년 우리나라도 남극대륙에 기지를 갖게 되면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연구용 쇄빙선을 만들고 지구물리탐사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월 13일 남극 대륙에서 길이 1.5km, 두께 0.9km의 빙산이 떨어져 나오는 모습. 이 빙산은 5억t의 얼음을 갖고 있다. 15분만에 일어난 일로 영상은 10초 간격으로 촬영됐다./사이언스 제공

[이영완 기자 yw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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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럴 땐 신문 같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