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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

[링크스크랩] 인문학, 위기 아닌 빈곤이다

by 앎의나무 2006. 9. 27.

위 기사가 한국의 대표적 언론에 실린 지식인의 글이라고 생각하니 그저 한숨-

연구원님,자유와 자유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언제부터 동의어였던가요. 어떻게 노장사상을 언급하면서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를 옹호할 수 있는지이해가 안되네요. 노장의 무소유의 사상을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

프롬의 <존재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 같은 교양서를 읽어만 봤어도 노장 사상을 섣불리 자본주의에 연결시키거나, 자유를 자본주의에 연결시키지는 못할 것입니다. 아니, 철학에 조금만 관심이 있고,지성인으로서의 양심이 있다면노장의 자유와 자본주의의 기초가 되는 다른 의미의 자유주의를 그렇게 쉽게 연결시키지는 못하겠지요. 만약 제가 틀렸다고 한다면,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 무한한 축적과 소유로 향하는 현대의 자본주의에 평생 강렬하게 반대해 왔던 임상심리학의 거두 에리히 프롬이나 노벨 경제학 상 후보로 꾸준히 거론된 E.F.슈마허가 노장사상이나 불교사상을잘못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되는데, 자신 있으신지요?

금전적 효율성을덕으로 삼는 자본주의로 어떻게 인문을이해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몇 천년 쌓인 인문의 지식을 인문의 언어에 대한상식이 없는 사람을 위해서 대중문화의 언어로 이야기해야 할까요? 그것이 가능하기나 합니까? 대중의 언어로 이야기한다손 치더라도 얼마나 이해를 할까요? 수학의 진리는 수학의 언어로만 온전하게 이해될 수 있지요. 아무리 온갖 비유를 가져다든대도 그것은 단지 비유일 뿐. 이해로 가는지름길을 알려줄 수는 있지만 이해 그 자체는 아니겠지요. 해례본<훈민정음>을 읽어보셨다면, 아니 하다못해 그 흔한 귀절인 세종대왕의 '國之語音異乎中國與文子不相流通'의 저의를 좀 생각해 보셨다면... 또는 "고전은 읽을수록 새롭다"라는 그 흔한 말만 이해하셨다면, 인문학이 왜 자본의 논리 때문에 망가지는지를 금방 유추하실 수 있었을 텐데 말입니다.

이해가 안되신다고요? 경제학스런 말로 풀어드리죠. 인문은 많은 경제학자가 (잘못) 알고 있는 것처럼, 공기 같은 무한 자원이지요(실은 공기는유한자원이지만 아무튼). 그러나인문은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진보해도 대량생산되거나 소비자에 맞게 가공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서 효율성의 논리에 부합하지 않는 자원입니다. 그것은 소비자가 스스로의 깨달음에 의해서 발견해내고 가공해내야하는 이상한 자원이라는 말입니다. 간혹 셰익스피어 같은 천재가 나와 종종 많은 사람에게 좀더 쉽게 인문이란 자원을 자기에게 맞는 재화로 얻을 수 있게 도와주기도 합니다만, 그런 도움조차'천재'에 한해서입니다.아무튼 인문의 그런 특성 때문에 같은 고전이라도읽을수록 새롭다 이말입니다.이 새로움은 사람사람 모두에게 다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는데, 어찌 경제학으로 이 모두에게 고유한 가치를 재단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이제 이해가 좀 되시는지요...

그리고 자본의 논리 때문에 인문학이 (자본적이 아닌 존재적) 위기라는데, 문화계의 "자본적" 성공을 예로 드는 건 도대체 무슨 논리인지...

암튼, 인문학의 위기(?)에 자본의 원리가 한몫했다는 걸 부정하기는 힘들다고 생각됩니다만.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일(인문학)이 각고의 고통과 노력 없이 자본에 의해 혹은 권력에 의해 향유되거나 소유되거너 익힐수 있는 것이었다면 애초에 예수나 부처같은 사람은 나오지도 않았을 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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