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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남녀 신체 구조 차이와 성차별

by 앎의나무 2010. 1. 31.

10여년 전 새내기시절 <제2의성>에서인가 보았던 글귀의 의미가 지금에야 희미하게 이해되려고 한다. 그 글귀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남성의 개방성과 능동성 자신만만함, 여성의 은밀함과 수동성 조심스러움은 
신체 구조 - 생식 기관의 위치 및 구조와, 그에 따르는 생식 행위의 구조, 성적 신경 체계의 차이에서부터 시작된다.

이게 저자의 주장인지, 저자가 비판하려고 했던 항간의 생각이었는지, 잘 생각나지는 않는다. 당시 내게는 저 귀절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글이 잘 읽히지도 않았다.


10 여 년의 삶을 지나온, 지금에서야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렇게 얻은 이해 이후, 그것이 내 신념에 대한 반례일 수도 있는 깨달음이 찾아왔다. 이로 인해 몇 시간 정도 나는 약간 고민에 빠졌다. 그 고민의 출발과 지금의 가설은 이렇다.

1. 고민의 전제
사회, 문화, 의식, 사고, 언어, 인지 등등은 서로 관련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서로 맞물려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복합적응체계(복잡계)의 조건/패턴으로 작용한다. 또한 이 모든 것은 인간의 육체(기능, 구조, 공간, 시간)가 세계에서 삶을 진행함으로부터 창발되는 고유의 측면을 일종의 환경으로 가지고 발달하는 것이다. (체화인지이론이나, 복잡계 등은 모두 이런 전제를 지지한다.)

2. 고민
그렇다면 사회/문화적인 남녀차이(차별)는 피할 수 없는 것인가? 그것은 필연적인 것인가? 그렇게 이분법적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지 않을까.


3. 아마도
3-1 사회/문화의 부문마다 어느 성이 다른 성보다 보편적으로 더 적응적인지가 다르다. so, 성에 따른 비대칭은 비일관적이다. -> 그러나 이는 결국 성역할을 강조하게 된다.ㅜㅜ
3-2 그런 생물학적 차이에 의한 비대칭성은 성관계를 동반하는 연인 사이에서나 유효하므로, 그 관계가 일반 사회문화로까지 확장되어야 할 필연성이 없고, 인류는 이걸 극복하고 있는 중이다. 그렇다면 성관계를 동반한 연인 사이에서 일어나는 비대칭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육체적 관계의 순간에만 성적 비대칭성을 받아들이고 나머지 부분에서는 그런 비대칭성을 극복하려고 노력해야 하는가.


4. 추가

그런 차이가 사회마다 다른 모습으로 창발되어 있다. 가령 목소리 높이를 예로 들 수 있다. 한 음성학 연구에 따르면[각주:1] 남성과 여성의 성대와 공명강으로서의 신체적 차이에서 예측되는 차이 이상으로 남녀의 말소리의 높이가 다른 언어권들이 있다. 문화권마다 일관되지는 않은데, 가령 덴마크의 경우 그런 경향이 거의 없다. 신체적 차이만큼만 말소리의 음높이 차이가 난다. 반면 캘리포니아 지역과 폴란드 등은 그런 차이가 신체적 차이에 비해 현격하게 컸다. 나는 개인적으로 덴마크/독일 사람들의 말을 들을 때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기 힘들다. 이는 아마도 내가 적응해 있는 한국어도 남녀의 목소리 높이 차이가 신체구조차이보다 상당히 크기 때문일 터이다. 그리고 이는 아마도 우리 사회에서의 남녀의 사회문화적 차이를 보여주고 있는 것일 터이다. 하지만 이 차이를 남녀차별과 직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언어는 창발된 결과로서, 현재상태가 아니라 과거의 누적상황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는 짐작할 뿐이다.

  1. Keith Johnson 2006, Resonance in an exemplar-based lexicon: The emergence of social identity and phonology, Journal of Phonetics 34.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