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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izing

가정 수준에서 가능한 대안 교육의 지침

by 앎의나무 2009. 11. 12.

아래 글은 <시사IN>에서 기획연재된 교육평론가 이범의 연재를 내나름으로 요약 및 재구조화한 것임을 밝혀둔다.

 

1. 대원칙

 

아이의 입장을 존중하라

옆집 아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아이가 어떤 상확에 이를 것인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가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점검하고, 지나치게 낮은 성취도를 보일 경우 적절한 보완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단 단순암기만을 요구하는 학교 교육 과정에서의 낮은 성취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좋다. 이런 지식은 고등 지식 교육을 위해서나 대입 시험을 위해서나 쓸데없는 경우가 많다.

 

역량 교육

대입에서 필요로 하는 것은 ‘지식’과 ‘역량’이다. 역량 중에서도 ‘독해 능력’, ‘추론 능력’, ‘논지전개 능력’이 중요하다. ‘협동 능력’(公共능력)과 ‘예술적 향유 능력’도 중요한데, 아직 제도권에서 이를 검증할 수준이 안 되어 있다. ‘역량’을 기르는 방법은 ‘지식’을 기르는 방법과 질적으로 다르다. 학교/학원 교육은 ‘지식’을 기르는 것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가정에서는 ‘역량’을 기르는 능력을 기를 수 있게 해야 한다.

 

관심과 동기를 찾아주기

공부 동기가 ‘혼나지 않기 위해’여서는 안 된다. 먼저 자신이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이나 직업을 정하고 이를 위해 노력하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동기부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중학교 정도의 시기에 무얼 하고 싶은지가 정해지는 것이 좋다. 그래야 그에 맞춰 성적 관리나, 특별활동 관리, 비교과 영역 관리, 독서 관리 등을 입시에 맞추어 해나갈 수 있다. 어려서부터 <만화로 보는 직업의 세계>라든가 <만화로 보는 학과의 세계> 같은 책을 접하게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러한 결정에는 적성/내적동기도 중요하다. 국영수가 아니라 좋아하는 과목에 아이가 충분한 관심을 둘 수 있도록 배려해주어야 한다.

 

자기주도형 학습

학습의 목표, 수단 선택, 실행, 평가 등 전 과정을 자신이 주도하는 것. 이는 사교육을 배제하지 않는다. 문제는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배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인 중학생 시절, 너무나 많은 학생이 거의 전 과목 학원을 뺑뺑 돌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적응하면 자기주도 학습 기술을 익힐 수 없다. 중학교 때는 학원에 다닌다 할지라도 아무리 많아야 동시에 두 과목 이내로 한정해야 한다. 특히 시간적 여유가 있는 방학 기간에 더 많은 학원을 다니려는 유혹을 이겨내야 한다. 자기주도 학습에 필요한 핵심 공부 기술은 ‘복습 기술’과 ‘관리 기술’이다. ‘진도 나가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지 말고 교재를 하나라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비효율적이고 타성적인 공부를 하고 있다. 복습 기술의 출발점은 ‘복습해야겠다’고 결정한 부분에 체크하고 실제로 적어도 3일 내에 체크된 부분을 복습하는 것이다. ‘이 부분을 복습할 필요가 있을 것인가’를 자문해 공부하는 과정에서 그때그때 표시를 해둬야 한다. 관리 기술의 출발점은 절대로 월간 계획을 세우지 않고 짧은 주기(특히 주간)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주간 계획을 세울 때에는 반드시 ‘노는 시간’도 계획에 넣어야 한다.

자기통제(관리)능력은 학습만이 아니라 삶 전체를 관통하여 성장시켜야 하는 중요한 인간의 요건이다.

 

교육 10계명

1. 꾸준히 읽어줘라. 초등학교 졸업하기까지는 읽기 능력보다 듣기 능력이 더 좋고 부모가 읽어주는 모습이 아이에게 여러모로 자극이 된다.

2. 집에 책을 많이 늘어놓아라. 아는 사람들의 책을 차떼기로 실어오거나, 옥션서 중고전집을 구입하는 따위의 방법으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3. 줄거리 확인이나 요약과제 등으로 부담을 주지 말라.

4. 강도 높게 칭찬하라. 책을 읽을 때는 방해하지 말라.

5. 스토리가 없는 읽을거리도 중요하다.

6. 관심 있는 영역에서는 또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것도 접하게 하라. 연령별 권장 도서 목록 등에 집착하면 오히려 지적 수준을 업그레이드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7. 학습만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8. 아이들의 스타일을 존중하라. 정독파, 반복파, 다독파 등 유형이 다양한데 정답은 없다.

9. 책보다 재미있는 것(컴퓨터, 게임기, 티비)은 아예 두지 말거나 확실히 통제하라.

10. 부모가 뭔가를 읽는 모습을 많이 보여 주는 게 좋다.

 

 

2. 영역별 논의

 

논술교육

논술은 학원이나 과외로 성과를 내기 어렵다. 논술은 ‘지식’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역량’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요즘 출제되는 논술 문제는 모든 분야를 막론한다. 지식 전달 중심의 논술 강의는 통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모범생은 ‘공부란 지식을 머릿속에 쌓아놓는 일’이라고 믿고, 시험이란 덤프트럭이 모래 내려놓듯 ‘지식을 답안지에 쏟아놓는 일’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분명 오류이다. 논술의 기초는 ‘읽기’와 ‘토론’이다. 가장 좋은 재료는 시사주간지이다.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마음이 맞는 친구 2~4명으로 토론팀을 만들어 꾸준히 토론을 진행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무렵부터 1:1 글쓰기 지도를 병행할 것을 권한다. 비교적 소수의 논제를 선정해 여러 번 고쳐 쓰면서 최고 수준의 글이 다듬어져 나오는 ‘감’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한자학습

중요한 것은 급수가 아니다. 한자에 대한 감각이다. 용어가 어떤 한자로 되어 있고 이를 통해 개념 이해로 나아가고 한자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교육

강압적 교육이 공포심을 키운다. 공포심은 외국어 학습의 최대 장애물이다. 강압을 극소화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재미를 극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학습용 게임도 효과가 있다. 아이의 취미나 관심사를 적극 고려하라. 인터넷과 티비는 최고의 보고이다. 영어 문장을 난도질해서 각종 문법 용어와 규칙으로 뒤범벅 만드는 식의 문법 교육은 필요 없다. 어떤 문제도 ‘용례’를 가려내면 될 뿐, 절대로 ‘용어’를 외울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기본영어’급 책 중 한 권을 선정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통째로 외워버리는 것이나, 아예 영어로 된 문법책을 보는 방법이 있다.

 

수학교육

원리로부터 추론하는 과정을 거쳐 여러 문제들이 해결됨을 이해하는 것. 이것이 수학 공부의 핵심이다. 재능과 노력이 모두 요구된다.

 

인터넷과 EBS 활용

인터넷 강의와 EBS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매체를 이용한 학습의 문제는 쉽게 지루해진다는 것이다. 자기가 좋아하는 과목부터 시작하면서, 20분 시청에 5분 휴식 등 나름의 방법으로 인터넷 강의나 EBS 강의의 진행 방식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또한 이런 행동 양식은 필연적으로 자기주도형 학습 습관과 상관적이다.

 

선행학습에 대해

수동적 반복학습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방학 중에 교과서의 핵심적 문제제기나 개념을 중심으로 간단하게 보거나 관련된 다른 자료를 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