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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zing

아름다운 기억~

by 앎의나무 2004. 8. 7.
1998년 4월초의 어느 아침 - 아마도 2교시, 그러니까 오전 10시 쯤 -
지금의 중앙광장이라는 첨단 시설 대신,
차분함과 광활함을 느끼게 해준 대운동장으로 터진 창을 갖고 있던 서관 3층의 한 강의실의 일이다.

그 때 나는 "국어학강독"이라는 수업을 듣고 있었다.
수강인원은 채 10명도 안되었고, 그나마도 수업에 열심인 학생은 두어명 정도.

그날도 아름다운 봄의 햇살이 서관의 오래된 창을 타고 오래된 느낌으로 그 강의실과 교단을 비추고 있었는데, 조금 늦게 들어온 선생님은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쉬움과 걱정어린 얼굴과는 반대로 꼿꼿한 몸과 단정한 목소리로, 그 오랜 창으로 천천히 걸어가 창밖을 보며 과학과 인간 그리고 인문학에 대해 이야기하셨었다.
그게 우리들에게 하신 말씀인지, 스스로에게 하신 다짐인지...

교수님의 단정하시고 명쾌한 목소리 앞에서 언제나 많은 것을 배우고 즐거웠는데, 그날의 그런 모습은 거기에 더해 웬지 모를 감동을 내 어린 마음에 주었나보다.

나는 2학년을 마치고 간 2년간의 군생활을 접고 복학을 하며 대학원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틀림없이 98년 봄, 그날의 모습으로 일어난 감동의 파문이 그렇게 커졌던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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