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 cetera

고향,

앎의나무 2005. 2. 9. 14:39

고향으로 달리는 차칸에 몸을 싣고, 머릴 창가에 기댄다.

눈앞의 모습들이 자꾸만 뒤로뒤로 달아난다.

망박의 오른편에서 왼편으로 맺혔던 상들이 이동하다 결국 사라지는 것, 홍체의 두께와 안경의 관계를 잠깐 생각하다,내버려둔다. 아무렴-.

그런데도 앙상하기 그지 없는 대지가 마음을 쓸며 자꾸만 뒤로뒤로 다라난다.

모든 것을 잃은 듯한 허전함. 파우스트와의 거래가 이런 느낌일까...

논문을 쓴 후 어느 순간부터 이어지는 이 허전함.

수고한 버스를 뒤로 남기고 차가운 공기로 한숨을 채우며 발걸음을 옮긴다.

나를 위한 늦은 식탁의 뜨거운 국물이 영 어색하게만 느껴지는 이곳,

고향에서의 나의 자리를 일깨워준다.

작지만 따듯함이 느껴지고, 나의 부족함과 다른 사람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고향이란, 가정이란 언제나 영혼을 치유하는 최후의 안식처,

혹,가라앉는 마음이란 언제나 언젠가는 바닥을 보게 마련인지도

2005년 설날에, 북적임이 잠시 떠넌 틈을 타서.